지난주간, 정기적으로 가는 목욕탕에 들어가 보니 젊은 아빠들과 조막만한 아들들이 많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예상하기로는 지난주가 자녀들의 방학의 마지막 주간이었기에 아빠들이 못한 아빠노릇하기 위해 풀장이 딸려 있는 목욕탕으로 몰려 온 것 같았습니다. 마침 아들만 셋 둔 아빠가 막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자식들과 보낸 뒤, 목욕탕으로 들어온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아이들의 옷 뒷정리를 해야 했기에 이제 초등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큰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아빠 말 잘 들어. 목욕탕은 많이 미끄러우니까 동생들 손 붙잡고 들어가서 절대로 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둘째에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형아 말 잘 듣고 동생 보채지 않게 손 붙잡고 들어가야 된다.” 이제 막 말을 조금 알아들을 만해 보이는 막내에게 말했습니다. “형들 손 꼭 붙잡고 들어가야 돼.” 그러더니 큰 놈을 불러서 다시 한 마디를 했습니다. “목욕탕 안에는 제일 뜨거운 물, 그 다음 뜨거운 물, 그리고 제일 안 뜨거운 물이 있으니까 네가 손대보고 동생들 뜨거운 곳에 들어가지 않도록 챙겨야 된다. 아빠는 너희들 옷, 옷장에 넣고 빨리 들어갈 테니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내가 보기에는 제일 큰 형도 조심해도 될까 말까 한 어린 나이인데 아빠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카리스마를 하며 두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쨘 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조금 늦게 합류한 세 아이의 아빠를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주목하며 보았습니다. 같이 목욕탕 안에 있는 동안 아빠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아이들과 숨 참기 놀이를 하며 잠수타기 시범을 보이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침 책을 보고 있는 저에게 둘째 놈이 아빠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 아저씨는 왜 목욕탕에서 책을 봐! 목욕탕에서 책 봐도 되는 거야” 순간, 제 얼굴과 마주친 그 놈은 제가 무서웠든지 말을 하고 아빠 뒤로 숨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를 불러 준 것도 고마웠지만, 얼마나 귀엽고 예쁘든지 안아주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세 아이들의 몸 닦기는 물론 머리 감기기까지 숙련된 조교의 모습으로 정성스레 감당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아들이 어렸을 때, 어떤 아빠였지? 추억해 보니 아들 하나도 힘들어 쩔쩔매는 아마추어 초보 아빠 기억만이 남아 있는데, 목욕탕에서 본 젊은 아빠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 저렇게 키웠는데, 장성한 자식들은 자기 혼자 큰 것처럼 떳떳해 하는 걸 보면 어떤 때는 섭섭이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간, 다시 문득 목욕탕에서 또 다른 감동이 임해 울컥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시 2:7-8) 아들 자격 1도 없는 나를 아들로 불러주시고 안위해 주시며, 강복해 주시는 은혜가 오버랩 되어 나를 따뜻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겠지요. 나의 아바 아버지가 야훼이셔서 나는 행복합니다. 목욕탕 일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