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다래끼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소회2024-04-19 10:24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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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즈음에 왼쪽 눈 밑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지나쳤는데 주초에는 아프기까지 해서 약국을 찾아 통증을 설명하고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는데 잠시 호전되는 것 같더니 주말에는 상태가 더 많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래끼가 조금 심합니다. 5일치 약과 연고를 드릴 테니까 드시면 괜찮아 질 겁니다.”

의사는 진단을 내린 뒤에 제게 물었습니다.

약을 드셨나요?”

약국에서 처방 받아 3일 정도 복용했습니다.”

듣자마자 의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국에서 받은 약은 먹어도 안 납니다제가 처방해 드리는 약 복용하고 연고 바르세요.”

이렇게 의사가 처방해준 처방전을 갖고 인근 약국을 찾아 약과 연고를 구입했습니다약국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약국 약이 아닌가?”

의사가 한 말이 약국에 가기 전에 병원에 왔어야 한다는 의도로 한 말임을 저도 압니다하지만 의사가 툭 던진 말이 듣는 대상에 따라 대단히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곱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만에 하나약사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멱살잡이까지 할 수 있는 폄훼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말이든 글이든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우리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상대에게 들리고 읽히기 위해서다결국 언어는 나를 향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향하는 일이다그러니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상대의 감수성을 배려해야 하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신지영 교수가 언어의 높이뛰기에서 갈파한 이 말이 떠올랐던 이유는 다래끼를 치료하러 갔다가 무심코 의사가 생각하지 않고 던진 한 마디를 듣고 나서 더 실감났기 때문이었습니다처음 간 안과였지만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더 슬펐던 것은 그 불편한 소리를 내게 들려준 의사 가운에 새겨져 있는 그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안과 전문의 찬양

사족 하나이번 주간다래끼 때문에 대단히 불편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목요일 새벽에는 편두통까지 공격하여 육체적으로 최악이었던 한 주간을 지냈습니다식탁 한 구석에 쌓여가는 약봉지를 보면서 연로하신 교우들을 위해 중보의 끈을 더 조여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아프지만 않으면 나이듦은 근사한 일인데 조금은 유감스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