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경향신문을 읽다가 12월에 ‘쿼바디스’라는 영화가 개봉된다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인 즉은 한국 교회의 외형적인 거대화로 인한 각 종 비리, 세상 사람들보다도 못한 목회자들의 타락과 일탈, 극단적 세속화 등등을 고발하는 영화라는 힌트도 보았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현직에서 치열하게 영적인 전투를 하는 목사인 저는 이런 영화들이 한 번 나올 때마다 진의의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한국교회의 데미지가 얼마나 큰 지를 몸소 체험하는 사람이기에 무지하게 힘들고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1980년대 초에 신학을 공부하고 지금까지 목회를 했기에 한국교회의 추락과 굴곡을 경험하지 않은 목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물로 목회하며 말 그대로 밥을 밥 먹듯이 굶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그 분이 가장 기뻐하는 영혼 구원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오신 순결한 선배 목사님들이 이루어놓으신 열매를 운 좋게 따먹는 부끄러운 목사가 되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하고 녹록하지는 않지만 감히 왕따를 당할 각오로 일설하고 싶은 것이 있어 글을 써봅니다. 그것은 2014년의 현재를 사역하는 목사로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보면 적지 않은 당혹함과 난처함을 느끼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만 하지는 않는다는 오기입니다. 그것은 교회를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고집입니다. 저는 포로기 예언자 에스겔이 본 환상대로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셨던 하나님처럼 조국교회를 점진적으로 이거(移居)하시는 작금의 현실 때문에 지독한 아픔을 분명히 실감하지만 그러나 다시 그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으로 돌아오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조국교회로의 이래(移來)를 믿는 목사입니다. 이유는 예루살렘 성전 종교의 회복,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회개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은 하나님의 분명한 목적이 당신의 백성들을 포기하지 못하시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조국교회를 향하신 다시 돌아오심은 화려한 조국교회의 장소적 성전 처소로 인함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온전하게 세울 비장소적 교회인 남은 자들이 있음을 확신하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런 당신의 교회들을 포기하지 않으실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수없이 교회에서 교우들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처럼 나는 우리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하게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는 비가시적 교회인 남은 자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주님, 매를 들어서라도 이 땅의 교회가 빠져 있는 혼곤한 잠에서 우리를 깨워주소서 주님, 이 어둠 속에서 흐느껴 울며 샛별이 찾아오는 새벽을 한사코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라고 김기석 목사께서 ’일상순례자‘에서 절규했던 바로 그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우리 가운데 많아지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봅니다. “서구가 필연적 종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반대편에 서 있는 복음의 심장을 찔렀기 때문이다.” 라고 ‘서구의 반역’ 에서 통렬하게 갈파했던 자크 엘룰의 지적을 가슴에 새겨 내가 사랑하는 조국교회가 복음의 심장을 찌르는 반대편에서 긴급히 돌아서 복음의 심장을 품는 쪽에 서기를 갈망해봅니다. 적어도 이런 분명한 실천적 자존감과 행함의 역동을 전제할 때 나는 주저 없이 선포할 수 있습니다. 돌멩이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소리를 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교회는 이 땅의 마지막 남은 소망이라고.
집사님도 그 대열의 선두에 서기를 기대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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