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더운 여름 날 의미 있게 읽었던 랭던 킬키의 '산둥 수용소'에서 좁은 공간을 합리적으로 쓰기 위하여 수용 인원수 배정을 같은 비율로 하자는 가장 합리적인 생각들이 지적인 레벨이 가장 높은 자들과 심지어 선교사 부부에게까지 단호하게 거절당하면서 킬키가 독백한 장면이 특별히 기억에 있습니다. "그러니 정의와 실제가 달랐다. 이론의 영역에서는 정의를 이루는 데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실제 삶에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것은 내 소중한 삶의 공간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 기억을 더듬었지만 킬키의 말을 주워 담으면서 근래 내 삶의 정황도 그렇다는 생각을 인정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손해 보는 일은 지성적인 영역에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을. 근래 들어 가장 상식적인 것이 불온함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가치가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간이고 도리어 수전 손택이 시몬느 베이유를 성찰하는 '해석에 반대한다.'의 장에서 갈파했던 '그 불온함이 도리어 온당함이며 설득력이다.'라는 말처럼 조금은 더 포용성이 있는 지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마음이 급해져서 담임목사가 읽고 있는 91-93번째 독서 목록을 추천해 봅니다. 91: 리처드 마우어의 "무례한 기독교" (ivp)입니다. 반 즈음 진도가 나갔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상식의 예의를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물론 이 상식을 지금 우리들이 무시하여 한국교회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한 번 즈음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접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92: 레베카 솔빗이 쓴 ' 이 폐허를 응시하라.'(팬타그램)입니다. 정말로 말이 필요 없는 너무 귀한 책입니다. 특히 이명박 장로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귀힌 절서를 망가뜨린 자들의 틈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위대한 드라마가 저에게는 위로가 되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93: 매트 타이비가 쓴 '오, 마이 갓 뎀 아메리카' (서해문집) 입니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공룡의 밀림 속에서 사는 것도 끔찍한데 그 공룡을 잡아먹는 최고의 미국 월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나라하게 파헤쳐 집니다. 무지하면 당합니다. 이 시대의 지성들이라면 매트 타이비의 이야기를 경청할 이유가 있습니다. 11월 중순에 계획한 독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정신이 없이 달려가고 있는데 단풍철이라 그런지 찾아오는 손님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성도들 역시 가을 책읽기의 계절,가는 가을에 귀한 책읽기 동역의 여행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