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삼계탕을 식탁 앞에 두고2024-04-19 10:44
작성자 Level 10

삼계탕을 식탁 앞에 두고

 

지난 월요일동기 모임이 인근 지역인 단양에서 있었다마침 동기 목사 한 명이 주일 사역을 마치고 제천에 내려와 하루를 묵고 모임이 있었던 월요일교회를 방문했다고향 친구이기도 한 동기 목사는 어려서 인근 교회에서 같이 자랐기에 고향 이야기로 모임이 있는 시간까지 환담하며 옛 이야기를 나누던 어간그 옛날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 목사초등학교 시절에 아버지는 공휴일만 되면 우리 삼형제를 이끌고 교회에 가셨다그리고는 낡은 교회 건물 수리하고 보수 공사를 하는데 우리를 막 부렸어지붕도 고치고부러진 의자도 수리하고화장실 오물도 치우게 하고 엄청나게 혹사당했다교회 건축한다고 살던 집 팔고월세로사글세 집으로 이사했다성장하면서 이런 아버지한테 엄청 불만이 많았지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어린 나이라 대들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가 너무 미웠고 원망스러웠지한동안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교회도 들쑥날쑥하게 다녔다근데 말이야내가 목사가 됐다목사가 되고나서 보니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그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그립고 큰지이제야 알겠다나는 목사지만 내가 자식들을 다 버려놓은 죄인임을 요즈음 깨닫고 하나님께 엄청 회개한다.”
친구의 옛 이야기와 간증을 듣다가 울컥했다나도 빼박인 공범자가 분명하기에.

지난 주간초복을 보냈다초복이 초복인 줄 안 것은 지체 한 분이 가져온 삼계탕 덕분이었다이제그렇게 산다내 이름도 잊어버리고 사는데 초복을 기억하며 산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여하튼 연로하신 권사님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오신 삼계탕을 감사하게 먹으면서 이런 저런 소회가 임했다.

지역교회에서 담임목사를 섬기겠다고 삼계탕을 끓여오는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이제 막을 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담임목사가 받는 것에 익숙해서 속물근성을 나타낸다고 비난한다면 잠시만 멈춰주기를 부탁한다시대가 그래서 그런지 교우들이 담임목사를 섬긴다고 무언가를 가져오면 나 또한 대단히 부담스럽고 거북하다그러니교우들은 안심하기를 바란다하지만 매주일 나누고 있는 목회 칼럼 란에 금주의 내용을 적시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 든 생각은 조금 서글프다그래친구 목사의 말처럼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 교회는 나눔이 있었고헌신이 있었고섬김도 있었는데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한다고 타박하는 메말라 있는 교회 정서가 못내 아쉽고 아프다지체가 보내준 삼계탕을 식탁 앞에 두고 전설의 고향’ 같은 여운이 맴 돌아 웃펐다이제 서서히 이 따스함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에 더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