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가 세차게 내렸다. 행사만 하면 비가 내리는 유감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고기압이다. 7명 모두가 상쾌한 마음을 지니고 양평으로 출발해 독서 토론 장소인 옥이네 북 카페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진열 되어 있는 도서들을 본 참여자들이 못내 들 뜬 마음을 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펼쳐진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따뜻해 보이고, 신선해 보였을 것이기에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목사님, 제가 읽은 책도 있어요.” ‘소년이 온다.’를 가리키며 지체가 내게 말했다. 누구든지 그렇다. 내가 공감했던 분모를 또 다른 곳에서 동일하게 발견할 때 오는 지적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기에. 예약한 브런치로 점심식사를 했다. 제법 그럴듯한 브런치는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성이 담겨 있어 감사했다. “목사님, 브런치는 생전 처음이에요.” 지체가 던진 이 한 마디에 모두가 소녀 감성이 되어 까르르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인 브런치로 요기를 때우고, 이윽고 모두가 기대 반 걱정 반 하고 있는 독서 나눔이 시작되었다. “한강은 천재인 것 같아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심리적인 글 터치를 만나면서 여성 작가이기는 하지만 그 섬세함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어요.” “독서를 하는 내내, 이 어려운 책을 왜 읽으라고 했는지 목사님이 미웠어요. 앞뒤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복잡한 글 구성을 따라잡으려고 기본적으로 두 세 번은 읽었는데도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번 독서를 하면서 우울했어요. 작가가 결말을 내지 않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삶의 여백이 끝맺음으로 주어지지 않아 도리어 우울해졌어요.” “책 제목이 왜 ‘희랍어 시간’인지 책을 다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너무 좋았어요. 젊은 날, 책 읽기를 너무 좋아했었던 그 감성들을 다시 곧추 세워준 한강에게 너무 감사해요.” “저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은혜가 되었어요.” 참여한 지체들의 일부 소감들이다. 듣는 내내, 행복했다. 책과 함께 했던 교우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여행을 계획한 목사로서 영적 인사이트는 남겨야겠기에 이렇게 한 마디를 남겼다. “여러분, 저는 ‘희랍어 시간’이라는 책 제목은 단지 작가가 정한 단순한 제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책에도 기술되어 있듯이 희랍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능동태, 수동태라는 문법적 형태 말고 중간태라는 독특한 어법이 있어요. 중간태는 수동과 능동태와는 달리 독창적인 뜻을 담아내죠. 살아내려는 의지, 자기주관적인 창조성을 갖고 있는 아주 특별한 문법적인 표현 방법이죠. 아마도 작가는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희랍어 시간’이라는 제목을 동원하여 이렇게 우리들이 창조적 독창력을 만들어가며 삶을 살기 바라는 메타포로 제목을 표현한 셈이지요.” 뜨거웠다. 참 유익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토론을 마치고 함께 한 용문산 자락과 두물 머리 걷기를 통해 사랑의 동행에 참여하고, 비오는 날, 지체들과 함께 먹은 국수리 부추 수제비와 장 칼국수는 해피엔딩의 압권이었다. 2차 독서여행은 8월의 어느 날,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향’(포이에마 간) 나들이다. 우리 교회가 지속해서 독서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