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참 이상해요. 목사님이 무슨 행사만 하면 비가 내려요? 목사님 별명은 ‘비목’(비를 내리게 하는 목사)입니다.” 지체가 농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교회에서 무슨 사역을 하면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제 잠시 후에 독서 여행을 지체들과 떠난다. 오늘 내리는 비는 생각보다 세차다. 독서 나눔 스케줄을 마치며 둘레길 걷기도 겸하려고 하는데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지체의 농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집사님, 오늘 독서 여행은 더 낭만적인 여행이 될 것 같네요. 비오는 날 글 읽기 나눔, 걷기 너무 환상적이지 않아요?”(ㅎㅎ) 필연인가? 오늘 읽을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이 문장이 담겨 있는 것이.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p,174) 오늘 독서 여행에서 지체들과 나눌 글에 이렇게 썼다. “한강의 글을 펼치면 그녀의 글에서 눈과 비를 성큼 경험한다. 그런데 그녀가 내려주는 눈과 비는 그녀의 글감과 너무나도 닮았다.” 내가 작가 한강을 좋아하는 이유다. 비오는 날 책과의 만남과 여행, 우리 세인 교회에 내려주신 주군의 특별한 은혜다. 독서 나눔, 걷기를 마치면 국수리 국수집에서 그 유명한 칼국수와 수제비를 만나려고 한다. 교우들이 내게 이렇게 곧잘 말한다. “목사님, 제발 부탁이 하나 있는데 설교 시간이나, 사적인 대화시간에 유머 쓰지 마세요. 목사님 유머는 유머로 들리지 않고 사극 대사처럼 들려요.” 그러든지 말든지 농담 한 마디 “니들이 국수리 칼국수와 수제비 맛을 알아!” 세인교회는 참 좋은 교회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