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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설교 준비 중에 임한 감동 단신 하나.2024-06-04 16:24
작성자 Level 10

정희진은 페미니스트의 전형을 보여 주는 작가이자 지식인이다그녀의 글을 보면서 상식을 항상 뒤집어엎는 남자인데도 통쾌함을 마냥 느껴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끼기까지 할 때가 있다그래서 그녀의 글에 천착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래에 관심이 없다프로이드 식으로 말하면 인생은 사후(事後해석’ 이다그때 일어난 일의 의미를 당시에 아는 사람은 없다나중에 주변이 정리된 후’ 즉 맥락이 생긴 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며이는 사건 이후의 삶에 따라 달라진다.” (정희진 처럼 읽기 p.238에서)

나는 그녀의 말에 본질적으로 지지하는 손을 들고 싶다인생의 사후의 해석이며 주변이 정리된 후 즉 맥락에 생긴 후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그녀의 해석에 신선함을 느낀다그러나 이상한 일이 있다무엇인가그녀는 그래서 미래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는데 나는 도리어 그래서 미래에 대하여 더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더 적확하게 표현한다면 나는 미래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이것이 더 솔직한 지성에 호소하는 표현이다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사후 해석에 대하여도 사실은 무지하다해서 어떤 때는 나의 미래에 대하여 부들부들 떨 때가 있다동시에 나의 무지 때문에 한없이 초라해 지기까지 할 때가 있다정희진이 말한 대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이고 해서 사건 이후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그녀의 치열한 사유함을 인정하지만 나는 나의 사후의 삶을 나에게 맡길 마음이 전혀 없다이후는 간단하다나에게는 도무지 내 이성으로는 항거 할 수 없는 내 미래에 대한 삶의 그림자뒤편에서 일어날 일이 이미 주어졌음을 믿기 때문이다그것은 이 한 마디이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고린도전서 15:10절 전반절)

너무나도 확실한 사후의 내 삶의 해석도 분명히 이럴 것을 믿기에 나는 나를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치열하려고 공부하고 사유하겠지만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나는 오늘도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을 눈물겹게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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