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이강덕목사가 보는 김수환 신드롬"2024-02-23 16:57
작성자 Level 10

"이강덕목사가 보는 김수환 신드롬"

 

제가 신드롬(syndrome)이라는 단어를 제일 첫 번째 접한 것은 AIDS 라는 단어를 공부할 때였습니다. 'acquired immune-deficiency syndrome' 이라는 아주 어려운 복합적인 영어 단어를 억지로 번역한 우리나라 용어가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때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에 적용해본다면 신드롬이라는 현상은 단순히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고 도리어 병리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때 해석의 의미가 분명해 진다고 봅니다. 이 단어를 지난 한 주간 신문이나 방송에서 아주 심심치 않게 보게 되었는데 종교인에게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김수환추기경의 선종(善終)에 즈음하여 부쩍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아는 것처럼 가톨릭계의 큰 어른으로 인정받고 추앙되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선종하자 지난 5일 동안 전국적인 애도의 인파들이 몰려들어 약 40만 명의 국민들이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고 하관일 당일에도 수많은 인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중하고도 예의스럽게 배웅했음을 보면서 '김수환신드롬'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동시에 종교를 초월하여 이번에는 비신자들이 더욱 많은 애도를 표하는 것을 보고 로마의 교황청이 고무되어 이번 장례를 교황장으로 격상시켰다는 것 또한 김수환신드롬에 불을 붙이는 경우가 되었습니다. 이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관 건립까지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는 것을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하면서 김수환신드롬은 하나의 유행처럼 왔다가 가는 그런 신드롬이 아니라 아마도 전 국민의 열망일 수도 있겠다는 섣부른 판단까지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성직자의 반열에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국민들과 매스컴의 지경에서 불고 있는 김수환추기경 신드롬을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가톨릭계와 불교계는 종교적인 일치와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서로 친밀한 관계성을 갖고 있는 반면 도리어 우리 기독교계와는 아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이러한 가톨릭계 지도자의 선종에 즈음하여 아주 어정쩡한 모습을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하여 저 또한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합니다.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목사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자로서 한 마디를 해야 할 것 같아 글을 올려봅니다.

 

첫째로 기독교의 자괴감입니다.

 

1993년 불교계의 큰 스님이었던 성철스님이 입적을 했을 때 대사회적으로 그 분의 열반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성철이 남기고 간 유품이 누더기가 염의(染衣)와 검은 고무신 한 켤레, 돋보기 한 경 하나였음을 보도하며 당시의 진정한 종교 지도자의 욕심 없음에 대하여 높이 평가했던 것과 정비례하여 이번 김추기경의 재산도 뉴스의 초점이 되었습니다. 낡은 의복과 신발 그리고 안경 정도만 남겼다는 것입니다. 성철의 열반 때에도 전국적인 추모 인파들이 상당한 수였는데 김추기경의 선종을 통한 전 국민의 애도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정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음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93년 성철의 열반으로 인해 침체되어 있었던 불교계가 다시 부흥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번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김추기경의 선종으로 인해 다시 천주교회의 재부흥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이런 소식들은 성직의 길에 있는 종에게는 종교계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데에 있어서 거시적으로 볼 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뒷맛입니다. 우리 기독교계의 어른이셨던 한경직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을 때 공중파 방송에서 그 분의 업적을 단신으로 보도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 분이 살아생전에 어떻게 성직자의 모습을 갖고 사셨는가에 대하여 MBC 뉴스데스크에서 칼럼 식으로 단순하게 존경해야 할 어른이셨음을 밝혔던 것 이외에 다른 보도를 접한 것이 기억에 없습니다. 이번에 김추기경의 선종에 즈음한 대대적인 매스 미디어의 보도를 보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기독교계에 던지는 무언의 압력 때문입니다. 이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이로 인하여 무언으로 던져지고 있는 기독교와 세상과의 단절을 보는 것과 같은 자괴감 때문입니다. 우리 기독교계의 성직자들은 불교계와 가톨릭계의 성직자와는 life style 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로 인하여 목양의 방향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성직자에 대한 그림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목사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이로 인하여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독교의 운신의 폭은 더 좁혀질 것을 예상하기에 그 자괴감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둘째는 목사와 교회는 반드시 약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번에 타종교의 성직자이지만 그가 이 세상에서의 가치 있는 삶을 마친 뒤에 반응되어진 종교인은 물론 비종교인들의 추모의 물결을 보면서 종교가 얼마나 많은 현대인들의 목마름을 채워주어야 하는가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환언하면 우리 기독교에 대한 시선은 대사회적으로 만만치 않지만 아직도 이 땅의 영적으로 싸늘하게 식어져 있는 많은 이들에게 주어야 할 영적인 공간의 여지가 얼마나 많은가에 대하여 분명히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 개신교와 목사들의 역할이 막중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기독교가 나아갈 방향성입니다. 김추기경의 선종을 통한 대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목사로서 다시 한 번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잊지 않고 경성했으면 합니다. 김추기경의 죽음에 대하여 종교를 막론하고 이렇게 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은 오늘 우리 기독교의 성직자와 성도들이 가슴에 새겨야 하는 점입니다. 김추기경은 이 땅을 사는 동안 소외되었던 minority들의 입장에 섰던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쳤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 현직 목회자인 이강덕목사는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역사의식에 있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일부의 정치적인 목회자들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은 기독교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전혀 옳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예언자적인 소리를 들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형교회, 지금의 종교적 기득권, 지금의 안락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하여 전혀 무관심한 이들이 지금 한국교회의 뿌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교회가 없는 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돌려야 하고, 교회가 핍박을 받는 소외된 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하고, 교회가 힘이 없는 자들의 편에서 공의를 외쳐야 하는데 불구하고 가진 자와 권력층과 기득권을 소유한 특정한 계층을 위하여 존재한다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불과 10-20년 뒤에 바닥을 치고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 맞닥치고 있음을 이번에 김추기경의 선종에 즈음하여 이강덕목사를 포함한 우리 모든 목회자들은 대오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야 겠다는 각성입니다.

 

불교에는 성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에는 김수환추기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는 누가 있습니까? 누가 있다고 한기총에서 말을 해도 아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조차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 기독교에는 지금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독교에도 세상을 떠나면 못내 아쉬워하며 전국민이 애도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희망을 봅니다. 교권을 자기의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삼고 있는 일부 정치적인 목회자들과 장로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음지에서 단 한 명의 영혼을 사랑하며 기꺼이 주님의 목양을 감사함으로 감당하고 있는 건강한 이 땅의 목회자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희망을 봅니다. 하나님을 위하여 전 인생을 올인한 하나님의 진실 된 제자들은 아직도 이 땅에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더욱 더 하나님의 신실한 일군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람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에도 성철과 같은 인물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 기독교에도 김수환추기경과 같은 존경받아야 하는 인물이 배출되어야 합니다. 이 일이 우리 후배들이 해야 할 몫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인정받고 사람에게도 인정받는 인물을 키워내야 할 몫은 우리들의 것입니다.

종교는 다르지만, 방법은 다르지만 이 땅에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 전 인생을 바쳤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같은 성직의 길을 가고 있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