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서서" 멘토 목사님이 쓰신 책 중에 '회복의 신앙' 이라는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네바에 있는 오비브(EAUX-VIVES)교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교회인데 지금은 교회의 쇠락으로 인해 20-30명 정도의 노인들만 모여 예배를 드리는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그 교회의 성경공부에 우연히 참석하여 한 노인이 고백한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는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노인은 이런 나눔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하나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신 것처럼 우리들에게도 불현듯 유혹이 올 때 유일하게 명료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명료하지 않은 우리들이 그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종도 이 글을 읽었지만 새길수록 은혜가 됩니다. 명료한 하나님의 말씀 앞에 멈추어 선다는 것은 일상을 접고 깊은 영적 호흡과 쉼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주에서 목회를 하던 아주 젊은 시절, 물불을 안 가리고 교회를 부흥시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보겠다는 열정이 불타오를 때 당시의 기라성과 같은 교계의 목회자들이 강사가 되어 일 년에 한 번 씩 목회자 대상 세미나가 대대적으로 열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 세미나에 약 3년 동안 매년 참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세미나가 열렸던 장소가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양수리 수양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열심을 다하여 목회 성공(?)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던 선배들에게 무엇인가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귀를 쫑긋하며 강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목회의 연륜이 쌓이면서 세미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목회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그런 류의 세미나는 발길을 끊었지요. 지난 주간 젊은 시절, 열정을 다해 강의에 참석했던 그 장소인 양수리 수양관에서 한 주간 하반기 목회의 구상을 하며 지냈습니다. 시나브로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찾은 수양관이라서 그런지 그곳에서 그 옛날 교회 부흥의 열정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제가 찾은 지난 주간은 양수리 수양관이 큰 수양관이었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단 두 사람이다 보니 무서울 정도로 적막했습니다. 그런데 성격적으로 고요함을 즐기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귀한 재충전과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료한 말씀에 멈추어 서서 묵상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목회를 하면서 일 년에 전반기와, 후반기 두 번을 기도원에 올라가는 데 이번 여정은 저에게 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로 매서웠던 지난 엄동설한을 경험하고, 영적 비주류의 인생을 사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를 깨닫고, 하나님의 교회를 사람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치열한 영적인 전쟁인가를 깨달았지만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광야교회에서의 사역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슴에 담고 올라온 기도원에서의 일주일은 저에게 벅차고 감격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고, 사역의 동역자들을 위해 중보하며, 그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와 제천 산지를 위한 종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각인하고, 바른 부흥을 놓치지 않고 달려간다는 것만 전제한다면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이라는 확실한 조명의 은혜 아래에서 거할 수 있었기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작년인가요. 직전교회에서 섬기던 원로목사님께서 목양의 어려움을 당하실 때 "다릿재와 박달재 터널을 지나시면서 이 터널 지나서 제천들어가기가 정말로 싫어"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에게 종도 공교롭게 지난 혹독했던 겨울에 전언 받으면서 가슴 아리게 공감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바로 그 다릿재 터널과 박달재 터널을 지나 제천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산지야! 이곳을 품어야지. 이곳을 사랑할거야." 하나님의 명료하신 말씀 앞에서 멈추어 서서 얻은 은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