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목욕을 좋아하는 남자2024-03-27 10:59
작성자 Level 10

목욕을 좋아하는 남자

 

목사 안수를 받고 난 뒤에 취미 생활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일반대학을 다닐 때 당구를 취미 삼아 소일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목양의 현장에서 긴장된 연속을 보내다 보니 취미 생활도 바뀌었음을 어느 날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사가 되어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있다면 목욕입니다. 목사가 되어 취미로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목욕을 하는 이유가 거창하게 말할만한 이유는 아니지만 소박한 몇 가지의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 목회가 사실은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사역이기는 하지만 육체적인 부분의 체력도 많은 부분 소진하는 사역이기도 하기에 긴장되어 있는 육체를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어 목욕이 종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쉼이 되고 있습니다. 둘째, 목욕을 통하여 육체적인 자기 정결이라는 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면서 영적인 부분의 자기 정결도 재정비하는 좋은 묵상의 시간이 되기에 목욕을 취미로 삼은 것 같습니다. 셋째,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됩니다. 목욕 시간의 상당 시간을 반신욕을 하기에 그 시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 됩니다. 한 번 목욕을 하는데 약 150page 정도 분량의 책을 읽게 되는데 정한 책의 반 정도는 섭렵하는 시간이 되기에 종에게는 일거양득의 시간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주 전에는 주일 설교 시간의 서두에 소개한 법정 스님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산문을 전체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그의 책에 기록된 이런 대목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육체적으로 심신을 풀고, 묵상의 여유를 통하여 목사로서 목회적 영성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깊이 성찰을 하며, 타종교의 성직자기이지만 불교의 이판승으로 불교를 버티게 하는 불교계의 지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책에 있다는 담론을 들으며 마침 책을 읽고 있는 목사로서 은혜(?)를 받는 아이러니의 시간을 느끼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를 개척한 뒤에는 목욕을 가는 시간이 더 행복한 것이 사실입니다.

"목욕을 좋아하는 남자"

무슨 영화 제목 같지만 이 행복은 우리 세인지기들이 지켜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