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사일런스2024-06-04 17:45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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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는 개인적으로 나에게 참으로 친숙하다내가 좋아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가 쓴 작품 중에 특히 깊은 강은 목회의 여정 중에 사회적 영성’ 혹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받은 자의 삶 살아내기’ 라는 명제에 대하여 보수적인 프레임을 깨뜨려주고이 시대가 요구하는 신실한 보편적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삶인지에 대한 보폭을 넓혀준 스승 같은 책이었다이런 도전 때문에 지금 우리 교회 독서 동아리 지체들에게 엔도 슈사쿠의 작품들은 필독 도서로 이미 자리매김을 한 정도이다.

지난 월요일아내와 조조할인(아내가 지독하다.)으로 마틴 스콜세이지의 사일런스’ (원제목침묵)를 감상했다상영시간 내내 흐르는 무거운 침묵이 영화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같은 메타포가 형성되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나는 슈사쿠의 사해 부근에서’ 너무 무능력한 예수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지 않고 도리어 흠뻑 빠졌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이적과 기사를 행하지 않지만 가장 큰 아픔을 당하는 자들 옆에서 가까이 그리고 곁으로 다가서서 그들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예수를 보면서 신앙적 그리스도 예수를 전하면서 달려온 지난 30년의 목회 여정 속에서 왜 역사적 예수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바다와 독약은 개인적으로 신학교 시절 만났기에 현장에서 무감각의 비극에 대하여 항상 긴장하며 사역하도록 만들어 준 교사였다이런 차원에서 보면 슈사쿠는 정말로 목사로 사는 나에게 여러 가지의 도전을 준 장본인인 셈이다.

영화의 원제 소설인 침묵에 흐르던 그렇게도 한 번 즈음은 뭔가 하나님이라는 자존자가 보여주기를 원했던 보여 지는 행하심에 끝내 침묵하던 하나님에 대하여 서글픈 심정이 들었던 그 복받쳐 흐르던 감정이 영화에서 시청각적으로 전이되어 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감상하는 내내 지울 길이 없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침묵 속에서 말씀하시는 그 분의 다바르라는 강력한 권위가 목사로 살아가는 나에게 또 다른 성명(聖鳴)으로 잔잔히 스며들었다믿음이라는 형이상적인 함수관계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미 불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그래서 자존자는 언제나 침묵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자위함이 침묵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표현할 수 있는 전부이다현란한 수사학을 동원한 말장난이 아니라 말없음을 통하여 행하신 다바르’ 말이다그래서 독일 출신의 의학자이자 글쟁인 막스 피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나 보다.

한 인간의 내부에 침묵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을 때 그의 모든 특성들은 그 실체 속에 중심을 두게 된다.”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p,79)

교회 2층 본당에 동백꽃이 멍울을 터트렸다겨우내 말없던 동백이 봄기운 때문에 놀라 소리를 내지 않는 침묵으로 자신을 뽐내는 모습이 인간보다 훨씬 더 인격적인 것 같아 그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했던가내가 사는 추운 촌인 제천에도 봄은 성큼 이미 와 있다정치는 만신창이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봄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내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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