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 수용소를 읽고...
2017.02.18
정성철
올 한해는 책을 많이 읽게되려는지 새해 첫 선물이 책이었고 이번에는 감상문도 쓰게되었다. 게다가 이게 얼마만에 책을 사서 읽는것인가?! 십수년 쯤 되려나... 사실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책을 사서보든 빌려서보든 나름 독서를 좋아하는편이었고 정독이든 속독이든 나만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도 터득했었다. 헌데 너무 오랫만에 책을 접해서 그런지 내용이 눈이 잘 들어오지 않았고 머리속에서 그려지지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일까.... 오늘안에 다 읽고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에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오늘 먼 거리에 결혼식이 있어 오고가는 기차안에서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기차에 오르자마자 책부터 꺼내들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산둥수용소는 인간이 가지고있는 모든 감정에 대한 심리적 반응과 그에 뒤따르는 행동, 특히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비합리적인 상황속에 처해있을때 드러나는 모습들을 아주 세밀하고 섬세하게 보여주며 마치 심리학자가 특정 집단을 장기간 연구한것 처럼 실제 상황들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하버드대를 나오고 집안에 시종 쓸 정도로 부유한 전형적인 미국 상류층사회에서 생활한 저자는 중국이라는 이국땅에서 빈곤층에 가까운 수용소생활을 하게된다. 저자가 겪게되는 이곳은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처참한 수용소(노동력을 착취하고 고문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포로수용소)가 아닌 매우 독특한(?) 수용소 생활을 하게된다. 나 역시 이런 수용소가 있었다는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되었다. 위현수용소는 영국,미국,이탈리아 등 유럽과 북미지역의 민간인들로 구성된 포로수용소로 축구장 2~3개 정도의 공간에서 2000명 가량의 다양한 사람들이(정치인, 사업가, 교수, 의사, 은행원, 요리사, 목공 등)함께 거주하게 된다. 만약 이들이 수용소 밖에서 만났다면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영향력에 따라 그들을 대함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수용소 안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수감된 포로일뿐, 일주일도 안되어 지저분한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에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게된다. 이들은 수용소 안에서 나름 각자의 능력에 맞게 일을하며 작은 사회를 만들고 의도치 않게 어쩔수 없는 상황으로 모든 사람이 수평적관계로 시작하여 한 인간의 성품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수용소 생활 6개월 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없는 수용소를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나름대로 정한 대표자들도 선정되며 마치 작은 국가가 탄생되는것 처럼 정치가 시작되고 교육, 문화, 질서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도 의식주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하는 생존의 환경속이라는것은 변함이 없었으며 이러한 환경속에 놓여있다보니 배려와 양보가 아닌 갈등과 적개심, 이기심, 편견 등 추한 모습들이 보여지게되고 도덕적 딜레마를 겪게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게된다.
위현수용소는 도덕성이나 공정성이 거의 바닥나는 상황에서 인간의 내면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임을 말해주며 의식주라는 기본 3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내면들을 엿볼 수 있다. 책속에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은 누구나 한번쯤 느꼈던 감정들이고 비슷한 맥락의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며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던 기억들이 스쳐지나 갔다. 잊혀지지않는 저자의 표현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자신을 속이는 방법에 매우 놀란다. 자신의 진짜 욕망과 욕구를 스스로에게 감추기 위해 직업적 도덕적 옷을 입는다. 그리고 이기적 관심이라는 진짜 속내 대신 객관성과 정직이라는 겉옷을 걸치고 세상에 나간다” 이때 머릿속에서 한 구절이 생각 났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만약 내가 저자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었을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것인가에 대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인간이다 즉, 불완전한 영혼으로 어떤 실수나 잘못에 대해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한 차이와 성경안에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행동을 하려 노력해야하고 사랑과 베품에 있어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성경(말씀)을 왜곡하고 자기합리화하여 해석하는 무서운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행동이 곧 이단의 시작이 아닐까...
이 책은 자기 반성과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책인것 같다.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님은 분명하나 한번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수용소의 생활들이 한번 읽음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닐 뿐더러, 읽을때 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한 이강덕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읽게 될 또 다른 책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