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 수용소>를 읽고
작성자: 황진선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이라는 사회적 발답과업을 이루어가며, 근 5년간 글을 쓰고 마음을 담아내는 일에 무뎌져 있었다. 아니 멀어져 있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글로 적는일이 어렵지 않던 그 순간들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현재의 내 상태를 판단하는 것 조차 어려운 시절을 지내며 꽉 막힌 투덜이 현대인의 삶을 고스란히 쫓아가던 순간순간이었다. 정말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내면의 울림들을 몇 자를 적어낸다는 것 조차 버거워지는 순간이 닥쳐오던 때에, 타의 반 자의 반 아니 거의 타의에 의한 것이 맞다. 산둥 수용소를 읽게 되었고,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통찰한 저자의 글 귀에 마음이 요동쳤다.
산둥 수용소의 삶은 현재 내가 살아내고 있는 직장과 정말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자들이 3분의 2 이상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 내가 다니고 있는 현시대의 직장사회의 모습은, 저자가 통찰한 여자의 본성으로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다. ‘여자는 기본적인 인관 관계가 유기적으로 친밀하고 인격적이지 않으면 신경과민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객관적인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여자들이 서로 적대적이 되면, 비꼬고 빈정대고 매서운 눈길로 흘기는 등 계속해서 서로를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그러다 마침내 한쪽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런 근본적인 성향을 훈련된 인내와 가식적으로 가려둔 뒤, 서로가 서로를 보이지 않게 비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는 그 모습은 전 세계적 여자들의 근본적인 성향이라는 이 통찰에 적극 공감한다.
또 하나의, 공감을 자아냈던 부분은 ‘우리들은 너무도 신속하게 자신의 삶을 (그 삶이 어떤 것이 든지 간에) 스스로 “일상”이라는 삶으로 만들어 간다’는 부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에 반박하지 않고 수긍한다. 나 또한, 평소에 늘 어느 상황이든, 어떤 부분이든 6개월의 시간이 투자되면 익숙해진다는 결론을 내리며 사는 사람이었고, 새로운 상황에 늘 처하게 되는 나의 일상에 대해서도 항상 그런식의 위로를 스스로 하며 일상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멈출 수 밖에 없던 부분이 ‘무엇보다 인간은 성적이고 공동체적인 존재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때만 온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늘 그 관계 속에서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요즘 그 관계가 점점 무의미해지는 얄팍한 인간관계에 신물이 나던, 그래서 이따금씩 우울감을 느끼고 어쩌면 지금의 나의 삶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도전적인 생각은 어쩌면 주님이 우리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요하신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니였을까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삶의 의미에 대한 ‘사람은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적과, 자신이 속한 활동이나 인간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의미 있다’고 여긴다’란 통찰을 읽으며, 이 또한 관계 맺음의 연장선상으로 인간의 본성이며, 현대인들이 가장 강하게 어쩌면 집착에 가까울 만큼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적을 쫓음이 의미 없다는 것이 참 공감하게 된다.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삶의 의미라고 쫓고있는 것들이 너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닐지, 그것과 멀어지게 될 때의 공허함이 그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것이 끝난 후 이들의 헤어짐에 대한 통찰을 보면서 모든 관계는 상황에 따라 아무 의미 없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너무도 공감된다. 그 관계 속에 고립보다는 ‘현재의 삶에 활기와 열정을 불어 넣는 것이 과거가 아닌 미래다’ 이 중요한 메시지가 내게 지금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인지 모든 상황을 이해하며 잠시 내려놓아도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의 메시지였다.
이 모든 부분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받아들이면, ‘섭리의 목적이 아무리 이해하기 힘들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잃지 않게 된다’는 저자의 해석은 진리라고 받아들여진다. 인간이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며, 하나님께 귀속될 때만 궁극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결론은 현대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우리모두에게 위로를 주고 모든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잣대이며 참된 가치가 되지 않을까라는 내 안의 결론과 함께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