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드린 연보 전도사 시절 담임교역자로 섬기던 대곡교회에서 한 여름 성경학교를 인도하던 그 어느 해였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덥다는 밀양의 여름 하늘에서 숨을 쉬기조차도 버겁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성경학교의 가장 한 복판에 있는 그날 예수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촌로의 한 여성도가 교회 문을 박차고 들어왔습니다. '민영애성도'였습니다. 교회에서 산을 하나 넘고 좁은 농로를 따라 뱀들이 우글우글되는 길거리를 헤쳐가야 도착하는 곳에 살고 계신 교우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교우는 이미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분이셨기에 혼자서 거동하기기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날 그 더운 날씨에 홀로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교회에 나오신 것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성도님께서 죽기를 각오하고 교회에 나오신 이유는 저에게 5000원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너무나도 때에 찌들려 있는 1000원짜리 지폐 다섯 장을 저에게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전도사님예, 이 돈으로 선생님들 아이스크림이나 사 주이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는 없네예." 저는 그날 그 헌금을 받으며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앞을 잘 보지 못할 정도의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그 때 받은 그 목적 헌금보다 큰 헌금은 아직 경험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지난 주간에 장계란집사님께서 담임목사의 집무실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 저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셨습니다. 봉투 앞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루존 교회 수해복구가 잘 이루어져서 승리하기를 기도합니다.' 집사님의 따님이 한국에 오셨다가 어머님에게 생활비를 주고 갔는데 그 중의 일부를 루존 교회의 수해복구 헌금으로 드리신 것입니다. 경기의 어려움 때문에 또한 타 업종의 경쟁력에서 연세가 있어 순발력이나 역동적인 경영에서 뒤떨어져 이제는 경영 자체가 어려운 승리반점이기에 계속해서 경제적인 곤란을 당하고 계신 장집사님이신 데 자꾸만 성령의 조명하심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 그 어려움 속에서도 헌금을 하시기 위해 저에게 가져오신 것입니다. 헌금을 받는 담임목사의 당시의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 옛날 대곡교회의 민영애 성도의 물질이 생각났습니다. 주님께서 과부의 두 렙돈을 왜 귀한 것으로 여기셨는지를 목양의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하신 감동의 예물을 하나님께 새벽에 올리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장계란집사님의 신앙적 삶을 외면하시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하나님, 장계란집사님을 책임져 주옵소서." 선배 목사님께서 이런 말을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이 목사, 오랜 시간 동안 목회를 하면서 느낀 감동이 있어! 하나님의 교회에서 물질생활을 잘 하는 성도는 절대로 부자들이 아니야! 가난한 자들이지." 장계란집사님의 헌금을 눈물로 하나님께 드리면서 종은 참 행복했습니다. 장계란집사님. 조만간에 자장면으로 먹으러 가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집사님, 정말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