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지냈다. 우리나라 인구의 1/2이 이동하는 가장 큰 명절이고, 코로나 이후 가장 자연스럽게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명절인 탓에 제법 많은 이동 동선이 이번에 파악되었다는 뉴스도 접했다.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목회자에게 주일이 겹쳐져 있는 명절이란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주일 사역보다 우선순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절 분위기로 인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주일이 겹친 명절에는 더 긴장하곤 한다. 아들이나 출가하고나서 이젠 며느리가 한 식구가 된 탓에 아내는 명절이 되면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요량이 엿보인다. 나 또한 아들 내외가 1박 2일 일정으로 제천에 내려온 시간은 애비로, 시애비로 역할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또 긴장한다. 아들 내외를 보내고 이후 여지없이 다가온 주일 준비로 인해 분주했다. 주일을 준비하면서 특히나 연휴 기간 내내 20세기 여성계의 최고의 지성이라고 지칭되는 수전 손택의 말들을 이전 경험보다 더 치열하게 섭렵했다. 그녀의 글들 안에 주일 설교와 연관이 되어 있는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난 내가 아닌 것들을 통렬히 의식하고 깊이 매료된 삶을 살아요. 그러면 그 아닌 것에 흥미를 느끼고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요.” (수전 손택, 『수전 손택의 말』, 마음 산책, 165쪽) ‘내가 아닌 나’에 대해 집중하는 자는 적어도 막 살지 않는다. ‘나’에게 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아닌 나’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방종하며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기를 보지 못하는 자의 비극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설 명절 연휴 주일 이전에는 수전 손택과 동행했다. 주일 이후는 『신 사사시대에 읽는 사사기 Ⅱ』 초고를 완성할 예정이다. 거의 막바지 작업에 들어섰기에 가능할 것 같다. 그 동안 꾀를 부린 탓에 차일피일 미루었던 사사기 Ⅰ 집필 후속편 초고를 마무리하는 것도 연휴 기간 내게 맡겨진 미션 중에 하나다. 이어 연휴 기간 마지막 미션은 사순절 기간 사역과 고난주간 집회 준비다. 매년 진행하는 사역이지만, 사순절의 의미를 중요시 여기는 개인적 목회 성향 때문에 작년보다는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사순절을 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좋은 결과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또 설 명절 연휴가 지나갈 것 같다. 연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미션, 사순절 준비, 더불어 주일 준비까지 여느 날과 전혀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아니, 조금은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하나님과 동행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번 주간, 나와 교우들의 범사가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또 다시 하나님께 엎드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