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서자 4월 총선에 뛰어드는 주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문자를 보낸다. 목사직에서 은퇴하고 나면 모를까 나는 정당에 가입한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발송된 문자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원 동지 여러분! 어안이 벙벙하다. 나는 당신 같은 동지를 둔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텐데 보낸 사람들이 개그맨보다 웃긴다. 문자가 도착하면 문자 삭제와 더불어 번호를 스팸으로 저장해 둔다. 문제는 분명히 스팸으로 돌렸는데 전화번호가 수십개 인지, 아니면 운동원들의 계정으로 보내는지 줄곧 들어온다는 점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들어오는 대로 스팸화시키는 일인데 어떤 경우에는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의식 때문에 어림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인물들이 당선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니 그래도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정치인들만이 행하는 게토식 발언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정치인들에 대한 감정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가 왜 ‘시민불복종 운동’을 주창했고, 이반 일리치가 왜 ‘학교 없는 사회’를 주장했는지를 이해할 정도로 나는 정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2024년을 시작하는 신년감사주일이다. 금년에 총선이라는 이슈로 인해 대단히 시끄러울 가능성이 100%다.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침 고요한 시간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고 활용하는 나로써는 이른 시각부터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공해로 인해 적지 않은 고문을 당할 것이 뻔하다. 해서 아침 시간의 행복을 빼앗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기막힌 아이디 변경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행하는 스팸 폭격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질어질하다. 새해 첫 주일에 목양터 이야기 마당에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이렇다. 목사라는 직을 갖고 평생을 산 나로써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목사라는 직이 혐오하는 스팸의 대상이 된 오늘이기에 나의 자화상은 대단히 서늘한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미래교회 컨퍼런스』 사역 강사로 섬긴 적이 있었다. 졸업생 중에 ‘탈교회 시대의 선교적 교회’의 역할을 나름 잘 감당하는 선배들의 교회로 선정되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섬겼다. 세미나가 끝나자, 컨퍼런스 기사가 문화일보에 실렸고, 자연스럽게 강사들이 발제한 내용들이 세미나를 취재한 기자가 고무적으로 평가하여 한국교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일로 소개하며 메이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했다. 내 기사가 실렸으니 관심을 갖고 살피면서 이어 실린 댓글들을 보다가 좌절했다. 단순히 악플의 수준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인격모독은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글 공격을 무차별로 당했다. 왜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해 심각한 정신과적인 질병에 걸리는지, 또한 심지어 극단의 선택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면면을 경험했다. 교회와 목사가 아무리 선한 일을 행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일을 해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2024년이다. 누군가는 자업자득이라고 말하겠지만 나같은 평범한 목사는 이런 상황 때문에 한때는 분노했고, 억울했지만 이제는 견딜만한 맷집도 생긴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억울해도 한가지는 경성(警省)하려고 한다. 목사가 무슨 선한 사역을 해도 스팸 취급 당하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리스도 예수께서 걸으셨고 선택했던 그 길과 식을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이다. 주님도 당하셨고 그 길을 걸으셨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그러기에 특히 새해는 더 그렇게 주님이 사셨던 삶을 살아보련다. 진짜 스팸 메일 크리스천(spam mail christian)으로 살아서야 되겠는가, 끝까지 진실한 크리스천(genuine christian)으로 살아내야지. 2024년, 내 미션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