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기
지난 월요일, 교단에서 실시한 규정위원회 공청회가 안성 사랑의 교회 수양관에서 열려 다녀왔다. 나사렛 성결교단으로 가입한 지 이제 4년이 채 안 된 새내기 목사가 규정위원회(다른 교단 상황과 비교하면 아마도 헌법수개정위원회) 위원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교단 임원회에서 지방회별로 자리를 배정하다 보니 남부 지방회에 속해 있는 교회를 담임하는 내게 자리 하나를 주어야 균형이 맞추어지기에 불가피하게 위원으로 선정한 듯하다. 직전 교단에서 사역할 때 지방회 임원조차도 고사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런 자리에 참석한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상당히 낯설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교단의 생리나, 조직적인 분위기에 대해 1도 모르는 목사가 규정위원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하지만 교단에 가입한 이후, 목회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면 웬만한 일에는 순종하겠다고 결심했기에 나름 큰마음을 먹고 순종했다. 오전 회무를 마치고 점심 식사 시간에 식탁공동체를 통해 교제하는데 목회 선배이신 원로 목사님이 내 자리에 오셨다. 그리고 반갑고 인사를 먼저 하신다. “어, 이강덕 목사님이시네요.” 갑작스럽게 대면 인사를 하시는 선배를 보자, 순간 당황해서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쳤다. 떨어뜨린 젓가락을 다시 주웠는데, 선배께서 젓가락을 손수 가져다주시며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 목사님, 이 젓가락 다시 사용하세요.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또 뵈니 너무 감사하네요. 직간접적으로 목사님 소식 들으며 은혜를 받고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하네요.” 젓가락을 손수 갖다주신 분은 고민 끝에 나사렛 성결교단의 가입을 결심하고 제반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총회가 열리지 못한 탓에 국제 감독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을 때, 세인교회에 제일 먼저 방문해 주신 선배셨다. 당시는 은퇴 전이셨기에 현역에서 사역하셨던 선배께서 섬기는 교회에 오셔서 제 손을 당신의 떨리는 두 손으로 꼭 잡아주셨다. “목사님, 우리 교단을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목사님이 우리 교단에 가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앞으로 저도 목사님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교단이 너무 약한데 목사님이 오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교단을 위해 귀한 일을 잘 감당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아직도 나사렛 성결교단이 낯설다. 너무 늦은 나이에 가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성격 자체가 원래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성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 내게 먼저 찾아와 주고, 손 내밀어 준 선배는 언제 보아도 온유한 성품으로 후배들을 보듬는 자상한 인격의 소유자다. 선배께서 은퇴식을 하는 날, 조그마한 축하 화환을 보내면서 조금 더 현직에 계셔서 나 같이 융통성 없는 후배를 지도편달 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표했던 적이 있다. 목회자의 얼굴은 그 사람의 목회 결과물이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었다. 이후부터 얼굴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세인 교회가 욕먹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선배의 얼굴을 보면 선배가 섬기던 교회의 지체들이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선배의 얼굴이 말해 주기에 말이다. 예기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선배와의 짧은 만남이 너무 감사했다. 다시 또 두 손을 잡아주며 격려해 준 선배 목사님께서 건강하시기를 화살기도 해 본다. 아름답게 늙으신 선배 목사님을 보면서 나 또한 닮기를 기대한다. 탁경성 목사님, 언제나 건강하십시요. 후배가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