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뗀뿌라(?) 때문에2024-04-19 11:16
작성자 Level 10

아버님이 사업에 실패하셨습니다전기업이 본업이셨던 아버님은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젊은 나이셨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무력하셨습니다. 4남매는 아직도 어린 나이였기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아버님이 무기력하셨기에 어머님이 생활 전선에 나서셨습니다자녀들을 굶기게 할 수 없다는 의지 하나로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마치 보란 듯이 보여주며 여성이 할 수 있는 모진 일을 감당하며 자녀 부양에 나서셨습니다사정이 이러다보니 가정주부로 해야 할 살림살이나 음식 준비와 같은 것은 어머니에게 매우 사치스러운 일이었기에 꿈도 꿀 수 없는 낭만적인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어머님의 머리에는 오직 한 가지자식들의 배를 곪게 할 수 없다는 한 가지 일념을 갖고 이후 무척 순이로 남은 삶을 영위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님이 내놓으신 반찬들은 말 그대로 나이브(?)했습니다요리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그날의 컨디션이 좋으면 멸치를 넣고 끓이신 김치찌개가 최고의 메인 메뉴였습니다그래서 그런지 저 역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요리가 김치찌개인 것은 그때의 자국이 선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는 뗀뿌라(오뎅)를 사가지고 오시면 그냥 그걸 통째로 내놓고 간장에 찍어 먹게 하셨던 일은 제 어린 시절의 가슴 저린 추억입니다그 시절뗀뿌라는 그렇게 먹는 것이 유일한 법인 줄 알았습니다.

며칠 전에 아내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어묵 요리를 해서 식탁에 올렸습니다아내가 정성을 담아 준비한 뗀뿌라 요리는 특 일품요리입니다팔불출이라고 비난을 받아도 제가 아는 한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고품격 있는 오뎅 요리는 아내의 뗀뿌라 요리입니다해서언제나 아내가 해 주는 뗀뿌라 요리가 나오는 날은 흡족하고 만족하면서 식사를 하는 기쁨이 제게 있습니다그날도 식탁에 올라온 오뎅 요리를 보고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습니다헌데 그날아내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엄마 생각하면서 식사해요나는 뗀뿌라 요리를 할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요.”

순간울컥했습니다시장 통에서 사온 뗀뿌라를 그대로 올려 간장에 찍어먹으라 하셨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아내의 말 한 마디에 속울음을 터뜨리며 뗀뿌라 요리를 먹었습니다.

참 힘들었던 시절참 가난했던 시절엄마는 나의 전부이셨습니다소학교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셨기에 시쳇말로 무식한 엄마였지만엄마는 내 인생의 전부셨고 가장 위대한 분이셨습니다오늘 따라 하나님의 나라에서 안식하고 계실 엄마가 내놓으셨던 나이브한 뗀뿌라가 참 먹고 싶은 것은 웬일일까요?

추석이 다가오고 있네요이번 추석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함께 모셔져 있는 호국원에 가서 막내아들로 어리광 한 번 부리고 올 생각입니다.

엄마나이브한 뗀뿌라 먹고 싶네요꿈에서라도 한 번 오셔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엄마 너무 사랑했고사랑하고 사랑할 거예요다시 만날 때까지 안식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