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에 아내가 말했다. “여보, 대상포진 백신 접종해야겠어요.”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흔쾌히 동의했다. 연기자 마동석씨가 광고한 백신은 평생 백신이라고 해서 백신 비용이 여타 다른 백신에 비해 호가했지만, 2개월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하면 끝난다고 해서 겁(?)도 없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접종했다. 첫 번째 접종 후에 3일 간, 코로나 백신을 맞고 우리 부부에게 임했던 후유증과 아주 유사한 힘든 경험을 했다. 그렇게 2개월이 흘러 또 다시 접종해야 하는 시기가 되자 덜컥 겁이 났다. 또 그 힘들었던 과정을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선뜻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한 번 접종으로는 평생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해 다시 용기를 냈다. 월요일에 접종한 뒤, 결국 수요일 새벽예배와 저녁 공 예배를 인도하지 못했다. 너무 후유증이 심해 어쩔 수 없이 부교역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에야 정상적인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느낌이다. 아내와 동일하게 주사 맞은 부위가 심각하게 부풀어 오르고 삼일 간, 심한 몸살 기운과 통증으로 인해 정상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백신 앓이를 고스란히 경험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대상포진에 걸려 아픈 게 낫겠다.” 물론 백신 앓이가 너무 심해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한 분들에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게 아니라는 핀잔을 받기는 했지만, 백신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았음을 개진해 본다. 겨울철 독감 백신, 코로나 백신, 대상포진 백신, 그리고 지인이 하나의 백신을 또 말한다. 폐렴 백신까지 백신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폐렴 백신은 아직 미 접종 상태다. 어쩔 수 없는 나이라고 주변에서 다그쳐 대상포진 백신 2회 접종을 마쳤지만, 매우 슬픈 생각이 저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다가 대상 질병에 걸리기 전에 백신으로 인해 미리 몸을 다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지난 주간, SNS에서 친구가 남극에 비가 내렸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렇게 글 하나를 올렸다. “내 생애에 종말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어릴 적은 먹고 살기가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또 다른 과학 만능이 불러온 시계제로의 공포의 시대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때는 장밋빛 꿈이라도 있었는데 작금은 더 많은 안락함과 풍족함을 요구한 대가로 맞이해야 우울한 핏빛 전망만이 있는 듯하다. ‘묻지 마’ 살인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정서적 붕괴의 생태계, 또 어떤 바이러스의 창궐이 인간을 공격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불안의 시대, 동토의 땅에 묻혀 얼어 있었던 미생물들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겁할 만한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위 선진국이라고 분류되는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서 손해를 볼까봐 탄소 배출 감축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시대, 어찌 보면 모두가 공멸의 길을 가고 있는데도 나는 괜찮다는 식의 안일주의가 가뜩이나 나약하고 무지몽매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고통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걷기 좋아하는 초록 삼한 길 초입에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데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위기를 알리는 시계가 작동 중이다. 얼마 전까지 6년이 남아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5년 363일로 줄어 있는 전광판을 목도했다. 이미 늦었다는 비관적인 전망들이 쏠쏠하게 등장한다. 백신 주사 주위에 부기(浮氣)는 아직도 남아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