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언제나 부담이다. 어제도 마찬가지. 주일 2부 예배가 막 시작되었는데, 얼굴이 매우 익숙한 부부가 예배당 안으로 들어와 회중석에 앉는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니 친구 웬수 중에 한 명이 자기 아내까지 대동하고 예배당에 앉아 있다. 안식월 중에 있는 동기가 부부동반을 하고 제천까지 와서 주일 예배에 참석한 거다. 친구는 설교 대가다. 정말로 부러워하는 설교의 대가다. 해서 동기 중에 내가 설교에 배고플 때 그가 섬기는 교회에 자주 방문해 몰래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친구다. 가뜩이나 주일 설교는 부담 백배인데 웬수 같은 그 인간이 일언반구 없이 느닷없이 불쑥 찾아와 회중석에 앉아 있다. 오늘 설교는 다했다고 넋두리하며 신경을 쓰지 말자고 순간순간 다짐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분명 예배 끝나고 그 웬수는 시어머니 잔소리를 폭풍같이 다다다다 할 게 100%라 겁났다. 기진맥진하며 설교를 마쳤다.
예배를 마치고 접대하는 데 친구 왈, 오늘은 제천세인교회를 가라고 성령께서 말씀하셔서 왔단다. 그 성령님은 편파적이다. 나한테는 왜 온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지. 친구가 양평에서 안식월 주간을 보내고 있다. 1시간 30분이나 되는 거리에 있는 제천까지 수고하여 왔다. 그 성의가 고맙고 예뻐서 정성껏 공궤했다. 아들 결혼 주례까지 섰는데 대접이 시원치 않으면 1년은 우려먹을 게 분명해서 최선을 다해 섬겼다. 주일에 민폐 한 명 때문에 2배의 에너지를 쏟았다. 조만간 웬수를 갚을 예정이다. 이것도 모르고 교우들이 이렇게 말한다. “목사님, 좋아하는 친구가 외서 그런지 얼굴에 화색이 도세요.”
나는 요 근래, 웬수 같은 친구 두 명 때문에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웬수 두 놈은 같은 교회를 섬긴다. 한 놈은 담임목사고, 한 놈은 협동 목사다. 근데 참 이상하다. 난 웬수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석 불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