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꽃자리’가 계획하고, 정릉 교회 한희철 목사께서 집필한 ‘물이 여기 있다’라는 틀로 말씀을 묵상한지 1년이 넘어섰다. 너무 아름답고 귀하게 시작한 ‘말씀 묵상’ 프로젝트인데 자세히는 알 수 없어 추론할 뿐이지만 독자들의 호응과 묵상 자료집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여 이 프로젝트가 대단히 아쉽게 ‘물이 여기 있다(2)’ 집필을 끝으로 절판되었고 중단되었다. 새벽에 교우들과 나누는 ‘생명의 삶’은 교회 지체들과 나누기에는 너무 좋은 자료다. 평이(平易)하기도 하지만, 은혜스럽기까지 해서 평신도들과 나누기에는 금상첨화의 교재다. 아주 가끔 기고한 집필진이 은혜(?)에만 집중하다보니 과유불급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험해 본 여타 다른 큐티 자료집에 비해 안정적이기에 세인교회는 새벽 묵상 자료로 지속해 사용하고 있다. 『물이 여기 있다』가 집필되기 전, 공동체와는 달리 내 개인 묵상의 자료는 맥체인 성서읽기 자료였다. 하지만 『물이 여기 있다』 제작 이후 성서묵상 자료를 갈아탔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이 집필되었을 초창기 매일 성서정과(daily lectionary)에 따른 성서일과를 묵상한 저자 한희철 목사의 단편들이 내 사역의 방향성과 흡사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글감이 너무 좋아 주저 없이 갈아탔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이렇게 좋은 자료는 유감스럽게 출간이 중단되어 너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이 여기 있다』에서 제시한 성서정과 묵상 패러다임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성서일과를 묵상했고 그렇게 달린지 1년을 넘겼다. 지난 주간 어느 날, 기쁨으로 사역한 묵상 글들을 모아둔 파일을 정리해보니 1년 만에 560페이지를 넘긴 것을 확인했다. 순간 나름의 감사가 스며든다. 헛헛함으로 한 묵상이 아니기에 그렇다. 영적 감동으로 조명된 말씀을 나에게 치열하게 적용했던 시간들의 결과물이기에 그랬다. 지난 1년의 글들을 복기해 보니 2023년 지금, 묵상 글 안에는 목사로 살아가는 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목사로 사는 자만이 느끼는 영적 자괴감을 느낀 고통의 토로도 있지만, 양들은 안고 목양한 결과 임한 사역의 보람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9년 세 번째 졸저인 『시골목사의 목양심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말 그대로 현직 목사의 ‘牧’, ‘羊’, ‘心’, ‘書’ 즉 울음 고백이었다. 지난 1년간 나만의 『물이 여기 있다』 묵상을 돌이켜 보니 또 다른 ‘목양심서(2)’를 느끼게 해준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무엇보다도 지난 1년을 반추하며 떠올린 감사는 말씀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감사였다. 상투적인 립 서비스가 아니라 ‘말씀’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목사직을 내려놓았을 가능성 100%다. 손을 대면 환자들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능력은 없지만, 또 손을 대면 하늘로부터 내려오게 하는 엄청난 오순절적 은사들을 공급해 주는 주제는 안 되지만, 또 때를 따라 환상도 보고 투시도 보는 영적 파워가 제로인 목사지만, 언제나 말씀 앞에 조용히 서면 세미한 음성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로고스가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을 열 때면 귀를 열고 심장을 연다. 그리고 나도 시인처럼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주의 계명들을 사모하므로 내가 입을 열고 헐떡였나이다” (시편 119: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