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기쁨 신학대학교 4학년은 산술적인 계산으로 1986년이었습니다. 한국 역사에서 탄생하지 말아야 했을 전두환 정권의 레임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군사정권의 통치가 극을 달릴 때 시대는 더욱 암울했습니다. 이제 현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신학대학교 졸업반 때 종은 아주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서울신학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에 뭔지 모르지만 2%의 부족함 때문에 사역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 마지막 학기 전공 선택 과목이었던 '기독교윤리'라는 과목이 개설되었습니다. 가르치는 교수가 당시에 성결교단의 가장 잘 나가는 동기생들이고 교단에서 가장 정치적이고 그래서 그런지 큰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56동기생들 중에 유일하게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전도사로 있는 당시 기독교서회의 편집장이었던 조만전도사라는 것을 알고 상투적이지 않은 강의를 기대하며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 내내 그 동안 배워보거나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강의(당시에 상당한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선배)를 들으며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군사정권의 살벌함 속에서도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광야에서 솟아나오는 샘물과도 같은 강의를 들으며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그 선배를 통하여 처음 만난 사람이 졸업을 앞두고 종에게 사역의 방향성을 정하게 한 행동하는 기독교윤리 신학자인 디트리히트 본회퍼입니다. 저는 당시에 본회퍼를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열광했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그의 옥중서신을 읽으며 목사로서의 예언자적인 소명을 새겼습니다. 그의 기독교 윤리학을 읽으며 성도들을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옳은가? 의 그림자를 그렸습니다. 그의 순교를 보면서 목사가 하나님의 식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인가를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식을 고집하는 것이 목사의 마지막 영적인 자존감임을 배웠습니다. 직전 교회에서 힘들고 외로운 나날을 보낼 때 종을 위로했던 것들은 본회퍼의 삶과 신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분의 정신을 종은 견지하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지난 주간, 우연히 우리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본회퍼의 책들을 구입하여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한다는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본회퍼의 책을 섭렵하는 이유는 언젠가 담임목사가 소개한 본회퍼, 담임목사 를 열광시켰던 본회퍼를 이해하여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공유해야겠다는 의지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도 안 되는 비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항상 방관자로 교회에 덕이 안 되는 삶을 살아가는 자들도 한국교회에 비일비재한데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우리 교회 지체의 이야기를 들으며 솟구쳐 오르는 영적인 희열을 느꼈습니다. 우리 세인교회에 이렇게 하나님과 종을 기쁘게 하는 지체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책을 읽고 있는 주인공은 종이 볼 때 아직도 많이 나약한 부분이 있는 지체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지체에게서 앞으로의 하나님의 비전을 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습니다. 적어도 본회퍼의 유리되지 않는 삶과 신앙을 배워 갈수만 있다면... 조만간에 본회퍼에 대한 세미나를 하나님의 교회에서 가져야 하는 기쁨이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요즈음 같으면 목회가 정말 해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