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목요일, 제천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유일한 기차인 누리로 열차를 타고 오세아니아 선교회 호주 선교지 탐방을 위한 중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만남의 장소가 지방에서 목회를 하는 이사들을 배려하여 서울역 그릴로 장소가 정해져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이 직접 서울역에 정차하는 누리로 열차를 타기로 한 것입니다. 청량리로 가는 열차보다 약 1시간 정도 더 소요되지만 기차 안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의 시간은 누구도 빼앗지 못하는 행복의 시간이기에 즐기는 마음에 누리로 열차를 택한 것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정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사단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배정된 자리가 2호차 4번 석, 그러니까 열차의 앞부분 객실 안의 에어컨 바람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는 4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땀이 많은 사람인데 기차를 이용하여 책과 함께 여행하려는 행복한 상상은 순식간 더위 때문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도저히 제 자리에서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서울까지의 장거리 여행을 그대로 갈 수 없을 것 같아 1호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호 객실을 보는 순간, 텅 비어 있는 상황을 보고 호재를 불렀습니다. 너무나 시원한 좌석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옮겨 좋기는 했지만 그렇게 오성을 거쳐 천안에 도착을 한 순간부터는 저는 좌석표를 끊은 좌석 없는 입석 손님이 된 좌불안석의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역마다 좌석 손님 때문에 일어나기를 몇 번, 그렇게 매 역마다 지정 좌석을 끊은 자리 주인에게 양보를 하는 끝에 서울 여행을 하면서 묘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내 자리가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은혜였습니다. 만약 내 자리가 없는 가운데 빈자리에 앉아 있다가 정차하는 매 역마다 눈치를 보며 주인이 올 때마다 양보하는 신세였다면 그 신세가 참 가련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더위 때문에 끝까지 제 자리로 가지는 앉았지만 매 번 정차하는 역에서 주인이 와 자리를 양보해도 전혀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정 안되면 조금 덥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 정말로 행복한 일입니다. 서울 여행길 기차 안에서 읽은 필립 얀시의 책에 잠겨 있는 동안 히브리서 11:16절 말씀이 오버랩 되었습니다."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내 자리, 내 본향 그곳이 있음에 행복했던 서울여행 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