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메일을 받고 부산에서 부교역자로 목회를 할 때 고등부를 맡아서 사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90년 초라는 시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섬기던 교회는 고등부만 약 100여명 정도가 회집하는 적지 않은 공동체였습니다. 고등부 주일 예배만을 따로 드렸기에 주일 예배 설교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공동체를 맡아서 리더의 위치에서 사역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눈에 띠는 멤버들이 보입니다. 당시에도 공동체 지체로서 같은 고등부 학생들 중에 유독이 눈에 들어오는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성경 말씀에 대한 사모함, 설교를 들을 때의 집중력, 궁금한 것에 대한 질의, 그리고 무엇보다 나름대로의 열정이 종을 주목하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훈련을 시키면 귀하게 쓰임을 받겠구나 하는 보람으로 열심히 중보해 주었습니다. 11개월 만에 단독목회 사역지가 나와 교회를 사임하고 그 제자와는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이후 아주 오랜만에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에 입학을 하여 주의 종이 되기 위해 선지동산에서 훈련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같은 길을 가는 제자 그리고 후배로 진지하게 사역에 임하고 있음을 보며 옛날 하나님께서 쓰시겠다는 종의 생각이 이루어진 것 같아 흐믓 했습니다. 지난 주간, 이 친구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부교역자로 섬기는 교회를 사임하고 성경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절감하여 에스라 성경대학원에서 깊이 있는 공부 중임을 알려온 것입니다. 메일의 말미에 우리 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칼럼과 주일 강해 설교를 통해 은혜를 나누다가 지금 주일에 사역하는 마가복음 강해에 종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최근에 발간된 마가복음 관련 신학 서적을 소개해 주는 배려까지 해 주었습니다. 제자의 반가운 메일을 받으면서 사자성어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생각이 났습니다. 소위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순자가 말한 교훈이지요.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말씀의 구도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인식하고 한참 사역을 할 나이인데도 모든 것을 접고 더 깊은 성경의 교훈을 익히고 위하여 분투하는 제자가 아주 커 보입니다. 약삭빠르고 책 한 권을 읽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겉멋이 든 후배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데 오직 성경과 씨름하며 올바른 주의 종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제자가 있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더불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말이 아닐 텐 데 남편의 뜻을 이해하고 함께 분투하는 얼굴도 모르지만 귀한 사역에 동참하는 사모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허전도사. 하나님은 우리를 성공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충성하라고 부른 것이라는 마더 테레사의 어록이 선물이 되기를 바라네. 승리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