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씨의 글을 읽고 부산을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통해 다녀왔습니다. 기차여행이라는 단어가 아주 낭만적으로 들리는 것은 그것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야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부산까지 다녀오는 약 10시간의 기차 안에서의 여정 중에 펼쳐지는 우리 대한민국 산하의 미와 더불어 빼놓을 없는 귀중한 요소가 또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책과의 데이트였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 기간에 두 권의 책과 사귀었는데 하나는 유진 피터슨과 더불어 영성 신학자로 잘 알려진 달라스 윌라드의 '하나님의 음성'을 접했고 또 한 권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설가라고 말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김훈 씨의 근래 작품인 '공무도하'를 만났습니다. 그 중에 두 번째 만난 책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책을 산 뒤에 1/3정도를 읽고 손을 놓은 터라 이번 여행이 기간에 독서를 완료하겠다는 욕심으로 공무도하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가 일전에 이영미집사님이 크로스웨이 나눔 시간에 김훈 씨를 평가한 내용이 기억났습니다. "글을 참 잘 쓰는 기자" 지금 우리들이 삶의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의 임팩트를 정말로 현실감 있게 그려 낸 것을 보면서 이집사님의 평가에 저 또한 동의를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들, 그리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군상들을 책을 통해 만나면서 저를 비롯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약한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김훈씨는 이 소설을 다 쓰고 난 후 저자의 후기에서 이런 넋두리를 남겨놓았습니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의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의 문제이다. 나는 왜 이런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이다. 남은 시간들 흩어지는데 나는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인간에게는 희망이 과연 있는 것일까? 를 강력하게 고발하는 어떤 의미에서 아주 대표적인 인문학적인 인본주의자의 글을 읽다가 생뚱맞은 목사로서의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나는 또 어디로 가자냐는 것이냐?"고 질문한 김훈 씨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로.' 이렇게 말하면 김훈 씨는 저에게 곧바로 반론할 것입니다. '그 길을 더 가기 싫다고.' 이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집스럽게 그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길만이 다시 떠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목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김훈 씨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