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김훈 씨의 글을 읽고2024-03-27 11:16
작성자 Level 10

김훈 씨의 글을 읽고

 

부산을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통해 다녀왔습니다. 기차여행이라는 단어가 아주 낭만적으로 들리는 것은 그것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야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부산까지 다녀오는 약 10시간의 기차 안에서의 여정 중에 펼쳐지는 우리 대한민국 산하의 미와 더불어 빼놓을 없는 귀중한 요소가 또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책과의 데이트였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 기간에 두 권의 책과 사귀었는데 하나는 유진 피터슨과 더불어 영성 신학자로 잘 알려진 달라스 윌라드의 '하나님의 음성'을 접했고 또 한 권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설가라고 말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김훈 씨의 근래 작품인 '공무도하'를 만났습니다. 그 중에 두 번째 만난 책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책을 산 뒤에 1/3정도를 읽고 손을 놓은 터라 이번 여행이 기간에 독서를 완료하겠다는 욕심으로 공무도하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가 일전에 이영미집사님이 크로스웨이 나눔 시간에 김훈 씨를 평가한 내용이 기억났습니다.

"글을 참 잘 쓰는 기자"

지금 우리들이 삶의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의 임팩트를 정말로 현실감 있게 그려 낸 것을 보면서 이집사님의 평가에 저 또한 동의를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들, 그리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군상들을 책을 통해 만나면서 저를 비롯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약한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김훈씨는 이 소설을 다 쓰고 난 후 저자의 후기에서 이런 넋두리를 남겨놓았습니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의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의 문제이다. 나는 왜 이런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이다. 남은 시간들 흩어지는데 나는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인간에게는 희망이 과연 있는 것일까? 를 강력하게 고발하는 어떤 의미에서 아주 대표적인 인문학적인 인본주의자의 글을 읽다가 생뚱맞은 목사로서의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나는 또 어디로 가자냐는 것이냐?"고 질문한 김훈 씨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로.'

이렇게 말하면 김훈 씨는 저에게 곧바로 반론할 것입니다.

'그 길을 더 가기 싫다고.'

이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집스럽게 그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길만이 다시 떠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목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김훈 씨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