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의 ‘시골 목사 시리즈’ (동연 간, 2016년, 2018년)
지천명의 나이에 교회를 개척하고 주어진 보너스는 시간이었다. 분주하게 보내던 이전의 삶을 정리하고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은혜와 더불어 또 하나 받은 선물은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에 메이지대학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가 독서의 소중함을 말하는 글인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밝힌 이런 글감을 발견하고 가슴에 담아 놓았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단단한 내공을 쌓아 삶의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한정되어 있어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재료의 질과 양을 더하는 행위이다.” (p,8)
밥은 못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에 100페이지는 읽자는 나름의 오기를 고집삼아 그렇게 달려온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달려오면서 그래도 뭔가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낸 것이 북-리뷰 원고의 출간 계획이었다. 해서 3년에 걸쳐 읽은 약 300여권의 책 중에 유독이 감동의 자국을 많이 남긴 36권의 인문학과 사회학에 관련된 책을 먼저 정리하여 2016년 ‘시골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으로 첫 번째 책을 출간했고, 이어 2018년에는 ‘시골 목사의 김기석 글 톺아보기’를 두 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이어 ‘시골 목사의 좌충우돌 목회 일기’(가칭)를 세 번째 책으로, 시골목사의 촌티 나는 마가복음 읽기‘(가칭)를 네 번째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이상한 현상과 만나는 것은 인간이 건전한 적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p,242)
일본 지성계의 큰 별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책인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에 나오는 글이다. 그의 글에 대하여 난 두 번째 책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부연했던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이상한 일들을 할 수만 있으면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다카시는 이상한 일을 만나는 것은 지성적인 열망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도리어 대단히 고무적인 사건임을 선언합니다. 이유는 그 조우(遭遇)가 결국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아 성찰이라는 과정을 겪게 하고 이로 인해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인간의 능력을 기르게 해주는 효녀임을 말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시대에 당신과 내가 겪는 가장 아픈 비극은 자아를 성찰하게 만드는 통로가 막혀 있다는 점입니다. 통로가 막혀 있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숨쉬기가 벅차 보입니다. 이렇게 질식 직전에 있는 현대인들이 날숨과 들숨을 내 쉬므로 역동적인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다카시의 지론은 그가 경험했던 책과의 만남이며 독서의 생활이라고 단언합니다.” (이강덕, ‘시골목사의 김기석 글 톺아보기’, 동연 간, 2018년,p, 12)
이제 ‘책읽기’는 나의 전부와 같은 나의 존재 이유이다.
독서 버킷 리스트 10번째 순서를 마감하면서 또 다시 다짐하는 것이 있다. 목사가 천박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주군께 엎드리는 것과 책 읽기라고. 신학교 후배인 박선정 관장에 의해 졸지에 무대에 선 지난 열흘 동안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2018년에 읽은 책들 중에 상위 5위 안에 들었던 글 소개와 더불어 부족한 사람의 책 광고까지 부수입도 챙겨 꽤 괜찮은 여행을 하게 된 것 같아 후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페이스북에 글을 달면 귀찮아하지 않고 댓글 부대가 되어준 동기 목사이자 좋은 친구인 안면교회 담임목사인 @ 류찬식 님을 마지막으로 불러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