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흰’ (도서 출판 난다 간, 2016년) 그녀의 ‘소년이 온다.’는 나에게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볼 때 순간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무감각해 있었던 내 조국의 아픔을 같은 동련의 아픔으로 승화시켜 준 소름끼치는 비수였다. 그리고 그 격정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부족한 사람의 첫 번째 책 ‘시골 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도서출판 동연 간, 2016년)에 그 짙고 진한 역동의 감정을 리뷰로 남긴 적이 있었다. 이후 채식주의자를 통해 한강의 문학적 철학과 사회학적인 사유함에 공감하며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고 그녀의 글과 소통했다. ‘흰’ (THE WHITE BOOK- 영문 번역으로)도 그 결과물이다. 나는 왠지 ‘흰’에서 한국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저자도 언급했던 배냇저고리에 배어 있을 법한 토속적 한(恨)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작별’에서 ,p108) 이 글이 난 왜 이리 절절했는지 모른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 절규에서는 차라리 목이 메었다. 작가가 불렀던 절규의 대상은 분명 달랐지만 난 그녀의 이 소리를 이렇게 바꾸어 들었다. “교회여,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제발” 초승달을 보고 ‘창백한 달’(p,69)이라고 표현하는 그녀처럼 이런 감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헌데 재독 학자인 한병철의 말대로 ‘피로사회요, 성과 사회’에서 살고 있는 오늘, 이런 감성적 속 깊이가 드러나 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객기일까 싶어 못내 수줍어지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쓰는 그녀가 참 좋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유해를 국립묘지로 합장하는 일을 치러 하루 미뤄진 네 번째 독서 버킷 리스트로 한강의 ‘흰’을 소개하면서 오늘 저는 희도록 ‘흰’ 마음을 갖고 있는 @심소영 님을 불러 봅니다. 집사님, 행복한 주일이 되기를 바랄게요.
저도 전수 받았는데 시간과 여건이 되시면 저처럼 열권의 책과 열 분의 친구님을 부르시면 된다고 하네요. 좋은 독서 캠페인 릴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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