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여성에게 매료된 것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 (펜타그램, 2012년 간)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저널리스트다운 몸부림을 그녀의 글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왠지 그녀의 작품을 읽는 것은 지성을 추구하는 자의 예의이자, 또 다른 저만의 지적 만족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대화는 ‘어둠 속의 희망’(창비, 2006년 간)에서 기대와 희망의 차이를 보았고,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2017년 간)에서는 굴곡과 편협이 판을 엮는 편파가 아닌 성 평등의 의미를 배웠고,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반비, 2017년 간)에서는 기막힌 글 선생님으로 나를 가르쳐주는 한수를 톡톡히 배웠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 ‘걷기의 인문학’은 나처럼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에게 왠지 모르는 감동의 서사로 불현 듯 다가와 내 정신에 불을 질러주었습니다. “홀로 걷는 사람은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다.”(p,43) 사람들은 한산 가는 길이 어디냐 묻지만 한산 가는 길은 없는데…… 나를 흉내 낸들 어찌 가겠는가 당신 마음과 내 마음이 안 똑같은데 인용하고 있는 불교도 은자 한산의 시까지(p,237) “보행은 공간의 표현이자 자유의 표현이다. 누군가가 어딘가를 걸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앎이 내 상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상상은 또 하나의 공간이다.”(pp,432-433) 목사에게 있어서 사유함은 포기는 재앙이고. 절망이고. 우울의 극치입니다. 솔닛은 이 책에서 무궁무진한 인문학적 상상의 나래를 보행의 철학을 기초로 소개하고 있는데 눈물겹게 받아먹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특히 페미니즘적인 성향에 극단적 반대의 감정을 갖고 있는 독자들은 선입관을 갖지 말고 그녀를 만나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책인데 근래 따뜻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그 삶을 살아내는 참 좋은 동역자 @김길순님을 불러봅니다. 저도 전수 받았는데 시간과 여건이 되시면 저처럼 열권의 책과 열 분의 친구님을 부르시면 된다고 하네요. 좋은 독서 캠페인 릴레이라 동참했습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