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수업 일에 과목에 대한 syllabus 에 대하여 함께 나누고 한 학기 동안 나아가야 할 수업의 방향성을 나누면서 학기말 고사 대신 소논문 형식으로 term paper를 제출하라고 제시했습니다. 마땅히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해야 할 assignment report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이후 과대표를 동원하여 졸업반이라 term paper 를 쓰기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조금 수위가 낮은 다른 과제물로 대치해 달라는 학생들의 무언의 압박이 들어와 두 번째 수업 시간에 조율할 각오로 교단에 섰는데 교탁에 바나나 하나가 놓여 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비를...’ 소위 말하는 뇌물(?)이었습니다. 순간, 학생들의 고도의 전략에 넘어가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참 지조 없는 선생입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옛날 학생 시절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과제물을 내려고 코피 터져가며 보고서를 작성했던 그 시절, 숙제를 내준 교수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는 소회를. 공부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그 생각을 하니 그 시절이 마냥 그리워졌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선생이 아니라 한 학기 주어진 사역을 하면서 한국교회에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목회자 후보생들이 되도록 함께 뒹굴어 보려 합니다. ‘자비를’ 보다는 ‘은혜를’이 더 좋았을 텐데. 더 쉽게 학기말 과제를 내줬을 텐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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