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지난 주일 주보에 소개한 이해인 수녀님의 초기 작품인 ‘민들레 영토’라는 시집 3부에 보면 이런 시어가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치 못함은 하나의 서러움 보화가 있는 곳에 마음이 함께 있다고 아직도 가득 차 있는 나의 잔을 보다 아낌없이 비워야 한다고 네 그래요.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분명히 다가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감히 결단한 것이 큰 소리로 말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삶이라는 굴레에서 20여년 목양을 하는 동안 정말로 의도하지 않은 큰소리를 쳐야 할 때가 참 많음을 경험했습니다. 개척을 시작하면서 교회 예배 처소에 난방 기기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재정부에서 구입한 난방 기기는 대기업 전자제품이 아니라 조금 가격이 낮은 하청업체의 제품이었습니다. 유 초등부실에 설치한 온풍기, 사무실에서 사용할 로터리 히터까지 같은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구입을 했습니다. 구입을 하고 난 뒤부터 난방기기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온풍기는 스타트를 하면 탱크 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각 종 부품들에서 고장 사인들이 흘러나왔습니다. AS 기사를 불러 때때마다 조치를 취했지만 임시방편의 조치를 취하든지 아니면 부속을 교환했습니다. 그러나 상태는 별반 좋아지는 것이 없었고 로터리 히터는 한 번 점화를 할 때마다 그을름과 점화 플러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자제품의 문외한인 제가 보더라도 있는데 기사는 이 정도는 어느 제품이든 있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였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나서 지역 사회의 이미지가 중요한 것을 알기에 데살로니가 교회의 성도의 모습으로 정말 신사적으로 수리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임기응변의 상황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묵살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끌어온 뒤에 그 동안은 부교역자와 죄 없는 재정부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믿고 기다렸는데 두 사람 다 너무 신사적이라서 긍정적인 문제해결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을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2주 전에 직접 나서서 환불이나 물건의 완전한 교환을 요구했고 역시나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뒤 대기업 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본의 아니게 큰 소리로 이제까지의 행태와 앞으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전했습니다. 전화를 한 1주 동안 온풍기는 환불로, 로터리 히터는 모든 부품을 완전히 다 바꾸어 정상적인 작동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회학자 한 사람이 일전에 이렇게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큰 소리를 쳐야 이기는 사회일수록 열등한 사회이다.”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이해인 수녀님을 시를 읽으며 고상한 목회를 다짐한 이목사의 스타일이 완전히 구겨졌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삶은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삶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