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사무총회 준비를 위해 올라온 지 4일째, 수양관에 나지막이 눈이 내렸다. 지난 달에 있었던 난장(亂場)으로 인해 많이 지쳤던 차라 원래 매년 가던 수양관을 포기하고 대학원 출강에 가까운 수양관을 선택해 올라와 이모저모 2018년 목회를 뒤돌아본다. 아주 젊은 목사 시절, 가끔 들렸던 수양관이 이제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여기저기 늙어진 모습을 담고 있지만 어언 20여 년 만에 올라온 수양관은 그래도 아날로그의 정취를 갖고 있어 정이 간다. 고즈넉한 장소에서 사무총회 준비는 물론 읽고 싶었던 책들과도 놀고,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지만 산책도 하고, 또 한 시간 깊이 주님과 교제도 하며 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작가 박준 씨가 쓴 ‘운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을 보면 이런 글이 담겨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고독은 나를 내가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p,51) 후후, 그래서 그런가, 난 외롭지는 않지만 고독해지고는 싶다. 고독해져야 나를 만나려고 할 테니 말이다. 나 대신, 아버지 교회에서 일주일간 강사 사역을 하고 있는 타 교회 전도사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내일까지는 즐기련다. 이 고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