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크로스웨이 3기 사역을 할 때였습니다. 한 달 한 권 읽는 독서 보고서로‘제자도’라는 책을 선정해서 지체들에게 읽게 하였습니다. 적어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 시대에 진정으로 어떤 삶인가를 보여주는 너무나 적절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와 더불어 제가 이 책을 3기생들에게 추천한 이유는 말 할 것도 없이 저자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이 낳은 진정한 주님의 제자라고 칭송을 해도 아깝지 않은 존 스토트 목사의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저는 이 분을 만났습니다.‘그리스도의 십자가’(The Cross of Christ)라는 위대한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하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목회자로서 갖고 있는 철학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해서 철학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다른 말로 말한다면 개인적 소신입니다. “목회는 보수적으로, 신학은 진보적으로”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목회자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런 기초를 갖고 있어야 신학적인 지평이 건강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능하면 세상으로 말하면 핸들을 좌측으로 돌린 신학자들의 책들과 인문학적인 책들을 골고루 섭렵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진보적인 책들을 접할 때마다 제가 공부했던 신학대학교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지금은 아니지만) 지적인 신선함과 충족함을 맛볼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 흥분하고 손뼉을 쳤던 적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근본주의적인 보수성이 농후한 책들을 우연히 읽다보면 정말로 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로 인하여 1/3도 접하기 전에 책을 덮는 경우들이 허다했던 것에 비하면 진보적인 영역에서 지적인 충족은 저에게 적지 않은 도전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 아닌 것은 알지만 다른 표현 방도가 생각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표현으로 말한다면 우측으로 핸들을 꺽은 목회자의 책 중에서 종에게 말 그대로 가장 영적 영향력을 지대하게 미친 분이 바로 존 스토트목사이셨습니다. 그 분이 쓰신 전술한‘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와 성도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추구하셨던 영적 본질이 무엇인가를 영적인 자존감을 갖고 흔들림 없이 선포한 내용을 만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니 조금 더 강한 표현으로 역설한다면 만세(萬歲)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복음주의자로서 세상을 아우르는 십자가가 무엇인가를 감히 진보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자들은 볼 수 없는 영적 권위를 갖고 선포하였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개신교의 교황이라고 칭송을 받았던 존 스토트 목사께서 27일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국민일보 신문을 통해 존 스토트 목사의 소천을 알리는 기사를 보면서 21세기 한국교회의 한 모퉁이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로서, 또 진심으로 존 스토트를 존경했던 목사로서 그 분의 소천을 축하했습니다. 왜냐하면 그토록 삶을 닮아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 대상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주님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임종 시에 지인들이 읽어주는 성경 말씀과 헨델의‘메시아’를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는 국민일보 기사를 읽으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하는 인생을 살았던 존 스토트목사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안식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