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동으로 교회를 이사 온지도 이제 2개월이 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낯설게 여겨졌던 이 동네가 이제는 아주 오래 산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을 보면 인간은 분명 환경의 동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서부동에 이사 온 목사로서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사로 살고 싶습니다.
“앞 집 총각입니다.”
맨 처음 이 말을 전해들은 것은 강전도사님으로부터입니다. 입당 예배 이후 서부동 성당을 섬기는 주임 신부께서 우리 교회에 들려 강전도사님에게 당신을 소개한 인사 멘트입니다. 들어보니 아주 정확한 신부님의 자기 소개였습니다. 종보다 앞서 서부동에 사셨던 신부이신데 우리 교회 바로 앞에 위치한 성당을 섬기고 있고 또 결혼을 하지 않으신 분이니 당연히 앞집 총각이 아니겠습니까? 소탈하게 자기를 소개하는 신부님을 보고 처음 본 강전도사님이 아주 따뜻한 인상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입당 예배 사역 때 종교의 낯 설음 때문에 당연히 우리 교회 행사를 성당 쪽에 알리지 않았는데 신부님께서는 친절하게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아름다운 예(禮)를 갖추는 축하 란을 교회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교제를 요청하셨는데 나중에 이사 온 동네 후배로서 참 부끄러웠고 죄송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저 역시 인사 차 성당을 찾아 갔고 신부님은 우리 교회를 방문했지만 공교롭게 각기 사역의 스케줄로 인해 길이 어긋나 아직은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지난 금요일도 전도사역이 있어 현장에 나가 있을 때 또 다시 앞집 총각께서 방문하셨는데 그 날도 매일반이었습니다. 아직은 한 번 개인적으로 교제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서부동 성당 주임신부님과 교제를 할 수 있겠지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부동에 나란히 위치한 신구교의 아름다운 조화를 통해 지역 사회에 참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우리 교회와 서부동 성당이 이루어간다면 참으로 귀한 예수님이 이 땅에서 이루려 하신 은혜의 신선한 바람을 우리 제천에 불어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을 말입니다. 교회는 개신교이든 천주교회이든 교회이기에 교회가 해야 할 오늘의 시대의 아름다운 역할을 부족한 사람은 앞집 총각과 함께 이루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살려달라고 손짓하는 정상적 교회의 모습을 되찾지 않겠습니까? 그 또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기뻐하실 일일 것이고. 차제에 서부동 성당의 교우들에게도 하나님은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가톨릭적인 용어로 우리 주님을 찬미하는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앞집 총각의 방문을 기쁨으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