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야. 수고했다. 짧은 글이지만 무게가 있어 보여 칭찬한다. 책을 읽었으니 한 가지만 질문하자. 왜 달라스 윌라드가 이 책의 제목을 하나님의 모략이라고 했을까? 모략이라는 단어는 곱지 않은 단어인데. 목사님의 답은 후에 전해주마.
분명 conspiracy가 좋지 않은 단어이기에 저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계속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 사유가 끝나면 문자 남겨라.
하나님과 함께 일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그 수행이 세상의 시선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종호에게. ‘conspiracy’ 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가 상당히 부정적인 단어인 것은 알고 있지? 달라스 윌라드 박사는 목회자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그의 사상 전반에 흐르고 있는 것은 철학적 신학(아직은 너무 어려운 용어이기에 신학적 이해가 가일층하면 다시 이 용어에 대하여 공부하도록 하자.)의 균형이지. 그러다보니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신학적 자산들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균형이라는 관점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달르스 윌라드가 말하고 있는 ‘균형’의 모티브는 목사님이 바라볼 때 어쩔 수 없이 너무나도 상식적인 차원이지만 진보적인 필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단다. 왜냐하면 ‘모략’이라는 단어의 형성은 그리스도 공동체가 극복해 나아가야만 하는 對 세속적 가치와의 투쟁을 위한 저자의 의도적인 고안(design)이기 때문이다. 세속적 가치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저자가 전제하고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그래서 그만큼 치밀함을 역설하고 있지. 그 대표적인 화두가 4-7장에서 밝힌 산상수훈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지. 아주 단순하지만 명확한 한 실례를 언급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 같구나. “팔복은 예수와의 인격적 관계를 통해 지금 가까이 와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눈앞의 현실 상황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예시한 말씀이다.”(p,178) 누가 감히 수구적인 교리에 매몰된 사람이 이런 혁명적인 발언을 행할 수 있겠니? 이런 측면에서 복음적인 교회의 지성적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마태복음 5-7장에서 소개한 팔복을 위시한 산상수훈의 해석은 개혁적이란다. 그래서 존 스토트 목사와 같은 복음적인 신학자도 산상수훈을 ‘기독교적인 대항문화’라는 단어로 정의했는데(존 스토트, 산상수훈, 생명의 말씀사, P,8)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목사님은 생각했다. 또 하나, 이것은 목사님의 개인적 해석의 관점인데 적어도 8-10장에 걸쳐 장구하게 언급한 디사이플십(Discipleship)에 대한 강조점 역시 대단히 교묘한 하나님의 일하심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니? 오히려 이 내용에 대한 담론의 저자의 또 다른 책인 ‘잊혀진 제자도’(ivp 간)에서 상세하게 부연하고 있단다. 기회가 되면 이 책도 종호가 섭렵했으면 좋겠구나. 디시 말해 하나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카운터파트(COUNTERPART)에 대해서 성도 공동체가 마주쳐 나아가야 하는 충돌의 방법을 Conspiracy 라는 극히 자극적인 용어를 도입한 것이란다. 모쪼록 하나님의 모략을 신학 하는 동안 옆에 가까이 두는 책으로 사용했으면 좋겠구나. 사실은 종호가 보고해 준 하나님의 모략에 대한 독후감 때문에 목사님이 매우 행복했단다. 박수를 보낸다. 종호야, 가을부터 아빠는 목사님하고 이 책을 가지고 chapter by chapter 하면서 공부해야 하는데 종호 때문에 좋은 자극이 되어 더 긴장할 것 같구나. 그래서 이래저래 목사님은 매우 행복하단다. 알찬 여름 방학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수고했다. 사족 하나)
종호야, 다음에 읽어 볼 책은 제임스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IVP 간)이다. 파이팅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