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남규 안수 집사의 영전(靈前)에 드립니다. 집사님, 잘 도착하셨지요? 어떠셔요? 그곳은 담임목사가 설교를 통해 예측했던 것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좋으시지요? 아무렴 제가 성경에 기초한 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설명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족히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아마 1/10, 1/100도 족한 설명이 아닐 겁니다. 이곳에서 갑작스런 이별을 해야 했기에 집사님도 많이 당황하셨겠지만, 다시 만날 날 못한 이야기는 다시 나누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지난 주간, 집사님이 떠나시고 종국이가 많이 울었습니다. 왜 아니 그러하겠어요. 아빠와 40년 반을 함께 달려왔는데 어찌 회한이 없겠어요. 무더운 여름 땀을 비오듯 흘리며 현장에서 같이 부대끼고, 엄동설한 추운 겨울날 발을 동동거리던 일이 몇 해인데 그렇게 고생하던 아빠를 생각하면 심장이 에이는 듯한 절절한 아픔이 큰아들에게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집사님이 형설지공하며 이룬 가장 큰 보람인 종국이가 아빠의 뒤를 이어 보란 듯이 청어람의 걸출함으로 더 잘 해내갈 것이니 응원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한 권사님이 많이 염려되시지요? 평생의 동반자로 울고 웃으며 달려온 아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셨으니 아마도 눈에 선하실 겁니다. 잘 살아주어야 할 텐데, 아프지 말고 남은 자녀들을 위해 분투해 주어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홀로 남은 삶이 외롭고 쓸쓸할 것이기에 많이 힘들 텐데 등등 그 나라에서도 전전긍긍하시는 건 아닌지 염려됩니다. 하지만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집사님도 너무 잘 아시는 것처럼 권사님 옆에는 잘 키운 효자, 효녀들이 있으니까요. 집사님을 납골당에 봉안한 날이 수요일이었는데, 장례 기간 동안 잘 쉬지 못했으니 오늘은 그 동안 못 잔 잠도 푹 자고 쉬라 했건만 권사님이 아이들하고 수요예배를 나와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도리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고 슬퍼질까봐 아이들에게 그런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용기를 낸 것 같습니다. 어느 시기가 되면 권사님이 집사님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시간이 올 터인데, 그 때 다가올 현타에 대해 너무 큰 자괴감과 충격이 권사님을 공격하지 않도록 담임목사가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은미, 종선이는 주의 종으로 부름 받아 지금까지 자기들의 목양 현장에서 전심하며 달려왔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의 종들을 위로하시는 것은 전적으로 주군이 하실 일이기에 집사님은 염려하지 마시고 안식하시기를 바랍니다. 최남규 안수집사님, 제천에 와서 집사님을 만난 19년 동안 집사님을 섬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교회 개척과 건축 이후, 묵묵히 브살렐과 오흘리압이 감당했던 일들을 큰소리없이, 불평없이 세인 공동체를 위해 감당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안수집사회 양육 시기에 담임목사가 독서 과제를 내주면 한 숨 쉬며 버거워하셨지만 나름 순종하면서 잘 읽혀지지 않는 책들을 섭렵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참 융통성 없는 빡빡한 담임목사 만나 따라오시느라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집사님이 저보다 조금 먼저 소풍 마치셨는데, 그날이 되면 다시 활짝 웃으며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그때까지 영혼은 참 평안을 누리시고, 세인교회가 잘 하면 일어나 응원해 주십시오. 오늘 주일은 집사님이 매 번 아들, 아내와 앉던 예배당 빈 자리가 크게 보일 것 같지만 이 말씀을 붙들고 담대히 주일 사역 잘 감당하겠습니다. 집사님은 주님과 행복한 천상 예배를 드시기를 바랍니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 그러므로 이러한 말로 서로 위로하라” (데살로니가전서 4:1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