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주일 아침, 두 개의 메일 계정으로 교육전도사 청원 신청서가 들어 왔다. 1년 전에 학교 게시판에 올린 구인 구직 게시물을 본 듯하다. 오후 즈음에 보니 내 폰 전화에도 청원서를 냈다는 독촉의 냄새가 풍겨지는 문자까지 들어와서 조금은 당돌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급하면 그랬을까 싶어 큰맘을 먹고 청원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무개 전도사님이죠?” “네.” “우리 교회를 어떻게 알고 사역 청원서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늦게 서류를 넣었네요. 부교역자 TO(table of organization)가 채워졌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끝나자마자 0.1초도 걸리지 않았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나왔다. “뚝” 32년 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담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부산의 모 교회로 내려갔을 때 담임목사님이 너무 어려워 겸상하며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교회를 사임하고 단독 목회를 나가는 날, 점심을 사 주셨던 담임목사님과 처음으로 정면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때는 권위주의 시대였으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일에 기분 나빠하느냐고 발끈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어제 당한 일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나름 배려 차원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교회에 사역 지원서를 내준 것이 너무 고마워 내 딴에는 격려차 전화까지 한 것인데 순간, 이 자식 뭐지? 했다. 학기 초창기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목회자의 자질 중에 점검, 함양해 나아가야 하며, 없으면 훈련을 통해서도 재확인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3C 가 있다고. CALLING(소명), CAPABILITY(능력), CHARACTER(성품) 이 세 가지 중에 주지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특별히 Character가 천성적이든 후천적이든 문제가 있는 사람은 사역 현장에 나오지 말라고 권고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의 시대는 담임목사가 부교역자 눈치를 보면서 사역하는 시대라고 혹자는 말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부 사역자가 현장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 예의는 인격인데. 참 다행이다. 부교역자 청빙 시기에 그 인간이 걸리지 않은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