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손윗동서가 지금 영관급으로 군에 복무 중인 현역 장교입니다. 저와는 한 살 터울이기에 동시대에 함께 인생 여정을 걸어온 터라 우리나라 현역 장교들의 삶의 내용들을 그를 통해 일반인들보다는 더 세밀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현역 장교들의 삶이 생활이 안정되고 그런대로 좋은 조건에서 군에서 복무한다는 평판 이면에는 또 그들만의 아픔들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현역 장교들이라면 으레 경험해야하는 고민거리가 이사 문제입니다. 초급 장교 시절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영관급 장교에 이르기 까지 복무 기간과 근무지가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특성으로 인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빈번하게 짐을 쌌던 동서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잦은 이동으로 인한 빈번한 이사 문제는 그들만의 고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 처형 집에 방문을 해서 교제를 했을 때 살림살이들이 성한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을 육안으로 보아도 알 정도였습니다. 수십 번에 걸친 이사로 인한 후유증이었습니다. 이런 고통으로 인해 현역 고급 장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이중 살림(나쁜 의미 결코 아님)을 하는 가정들이 상당수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화요일 봄비 치고 상당히 많이 내리는 날, 목회를 시작한 이래 12번째 이사를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제천에서만 5번째 이사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예이비땅’으로 이사를 마친 것입니다. 비가 많이 내려 이사 스케줄을 연기할 정도였지만 전세로 있었던 집 주인의 강한 요구로 인해 할 수 없이 이사를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계약에 의해 진행된 이사였지만 비가 오는 궂은 날에 수고해주신 이삿짐센터의 직원들과 교우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주간, 저를 잘 아는 친구 목사가 저에게 이런 말을 농으로 던졌습니다.
“이 목사는 직업 군인 같다!”
이사를 많이 한 것에 대한 조크였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오늘까지 12번의 이사를 했으니 저 역시 이사를 적게 한 목사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이사를 할 때마다 삶의 내용들이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기쁨의 이사가 있었는가 하면 아픔의 이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그렇게 23년의 결혼 생활 속에서 할 말이 있는 이사들을 경험하면서 종이 나름대로 이번에 깊이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이번 이사가 마지막 이사였으면 좋겠다.”입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경험하는 육체적인 소진함, 물질적인 손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적인 낭비가 못내 아쉽습니다. 처음 교회 사택으로 들어온 것인 전도사 시절 단독 목회를 위해 밀양의 농촌 교회로 부임한 90년이었습니다. 이제 그 이래 22년만에 다시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친구 목사들이 남들은 세월이 지나면 교회 밖으로 나가려고 안달인데 너는 어째 거꾸로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고 돌아 22년 만에 교회 안의 집을 찾아온 것은 저에게는 기쁨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말하건대 이제 교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2번째의 이사가 개인적인 소망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이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사역이 연한 다 차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교우들의 중보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