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내가 나에게2024-06-05 15:02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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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이성이란 실천을 통해 발달하고 변형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인간의 사유 양식은 세계와 타자에 대해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를 나타낸다그러나 실천이 사상으로 살아남기 위서는 사고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한길사,p,375,2016.)

 

벨기에 출신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이 말을 몇 년 전 쓸어 담았다이유는 목사로 살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영적 사고에 길들여지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려고 하는 반면, ‘이성적 사고에 대해서는 야박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의 이 말이 천둥과 벼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성이 실천을 통해 발달된다는 통찰을 나도 동의한다그래서였나목양도신학도 프락시스의 제 문제에 대하여 소홀하면 요란한 수레와 다를 바 없다고 채찍하며 나를 몰아 세웠던 것이 하 세월이었다정확하게 레비-스트로스의 이 천둥소리를 만난 지가 4년 전인데그때부터 나름 목사로 살면서 더 민감하게 내 이성으로 살폈던 여백은 사고하기’(TO THINK)였다해서 더 치열하게 공부하려 했고더 치열하게 책과 씨름했으며더 치열한 글쓰기에 천착했던 것 같다.

이렇게 4년이 지난 지금우물에서 아주 조금의 물을 건져 올린 듯한 흔적들이 보인다그래서 감사했다헌데 목사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겁고 힘든지그렇게 노력하며 산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강덕아그렇게 사고하며 산 너는 지난 4년 동안 세계와 타자에게 어떤 관계로 진보했니?”

 

이성의 진보를 위해 사유하고사고하려는 나는 다시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레비-스트로스가 폭탄처럼 던진 말, ‘실천이 사상으로 살아남기 위해 사고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갈파를 나는 사고가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천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도 동시에 받은 이 시대의 목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나에게 거침없이 타격한 일격은 바로 이 질문이다.

 

성도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은 새벽기도를 마치고 서재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늦겨울의 사위(四圍))가 고요하다 못해 아프도록 적막하다그래서 그런지 내가 나에게 질문한 이 질문이 더 버겁게 다가온다대답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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