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하나 여호수아 7:16-18절을 봅니다. “이에 여호수아가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그의 지파대로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유다 지파가 뽑혔고 유다 족속을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세라 족속이 뽑혔고 세라 족속의 각 남자를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삽디가 뽑혔고 삽디의 가족 각 남자를 가까이 나아오게 하였더니 유다 지파 세라의 증손이요 삽디의 손자요 갈미의 아들인 아간이 뽑혔더라”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아이 성 전투에서 참패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심각한 영적 멘붕에 빠졌을 때 하나님이 계획하신 메시지를 알려주시기 위해 여호수아에게 명하신 아이 성 전투 패배의 원인을 제비뽑기를 통해 규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이 명령하신 그대로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제비뽑기를 행하였습니다. 제비뽑기 결과 아이 전투를 패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뽑히게 됩니다. 그 과정을 여호수아서 역사서 기자는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유다 지파가 뽑혔고 이후에 세라 족속이 선정되었고, 세라 족속 중에 남자 중에 삽디가 뽑혔고, 결국은 삽디의 아들인 갈미가 그리고 그 갈미의 아들인 아간이 뽑혔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100주년 기념교회를 담임하다가 아름다운 퇴장을 한 멘토 이재철 목사는 그의 저서 ‘사명자 반’ 에서 이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적시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말씀으로 범죄자가 아간임을 밝히지 않으시고, 많은 시간과 번거로움을 필요로 하는 제비뽑기를 동원하셨는가? 그것은 패역한 범죄자 아간에게 베푸신 마지막 회개의 기회였다.” (이재철, “사명자반”, p,241)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 목사께서 주석한 내용을 대단히 감동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내용을 오늘 설교에 인용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엉클어져 있고, 비뚤어져 있으며, 망신창이가 된 이 땅의 수없이 많은 비정상의 질곡들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법을 동원하시다가 급기야 최후의 은혜로 예수님을 보내시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제비뽑기 심정과도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보내심으로 이 땅의 비정상화 되어 있는 죄인들이 돌아서기를 원하셨던 하나님의 그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12월 22일 주일 설교 원고에서) 대림절 넷 째 주일 이 설교를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그 날 저녁에 아들이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저에게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아버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아간 색출을 위한 제비뽑기는 지파 두령들이 행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만큼의 수고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었어요. 오늘 설교는 너무 연역적으로 아간 기사를 설교하신 느낌이 들어요.” 아들이 없을 때는 아내만 야당이었다. 아들이 세인 교회 부교역자로 들어오면서 난 적이 더 한 명 늘었다. 아들이 구약을 전공하고 있는 데(TH.M) 이때가 신학적 교만의 절정 시기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구약을 본문으로 하는 설교나 인용을 할 때는 조금 더 치밀해야 할 것 같다. 태글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서울에서 담임목회를 하는 절친이 시무하는 교회 구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두 명이 협동 목사로 있다. 그 동안 무감각하게 지냈는데 아들의 아간 시비 걸기를 당한 뒤에 처음으로 절친에게 이런 감정을 표해 본다, “친구야, 삼가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