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건 선배님과의 만남 몇 년 전, 섬기는 교회에서 양육하는 지체들을 공부시키는 코스워크 내용 중 한 달 한 번 책을 읽게 하는 시스템을 가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뒤돌아보아도 당시 이 코스워크에 있었던 지체들에게 참 많은 책들을 읽게 했던 것 같아 나름 그들을 섬겼던 목사로 보람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양육 반 지체 중 아주 젊은 여 집사가 써낸 독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본회퍼 목사님이 쓴 ‘나를 따르라’에서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앞으로 내 인생의 여정 중에 이 책은 나를 변화시킨 인생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여 집사가 읽은 당시 텍스트가 이신건 선배께서 번역하신 ‘나를 따르라’(대한기독교서회, 2013년 초판 5쇄판)였습니다. 그때 지체들에게 자랑삼아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 귀한 책을 번역한 역자는 제가 너무 존경하는 선배 교수님이라고.” 신학대학 4학년 때, 기독교윤리학을 수강했습니다. 당시 이 과목을 맡았던 교수님은 조만 선배였습니다. 선배는 서슬이 시퍼렇던 신군부독재 시절, 모교에서 이 과목을 후배들에게 강의했습니다. 잊어지지 않는 것은 선배가 소개한 S.P 쉴링의 ‘무신론 시대의 하나님’에서 마틴 부버를 만났습니다. 이후 그의 걸작 ICH UND DU를 만났는데 이 책은 또 저에게 목사로서 어떻게 교회를 섬겨야 할 것인가를 알게 해 준 저의 인생의 책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 조만 선배는 모교에서 그때만 하더라도 언급하기가 조금 불편했던 본회퍼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강의했습니다. 그때 무언가 꽉 막혀 있었던 내 자아의 담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있어 너무 기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단독목회라는 현실만 없었더라면 그리고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도 저는 아마 지금, 본회퍼를 전공한 기독교윤리학자가 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렇게 학부를 졸업하고 지방에서 단독 목회를 하는 상황에 맞추어서 입학한 모교 본대학원 MA과정을 이수하는 어간, 이신건 선배님이 학위 과정을 마치고 따끈따끈하게 모교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시간 강사의 자격으로 강의한 과목이 바로 홀스트 푈만을 주 교재로삼았던 ‘교의학(Dogmatik)이었습니다. 저는 짜여진 MA 커리를 수강해야 했기에 선배님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청강을 하며 학문적인 진보의 희열을 맛 본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후 선배가 옮긴 울리히 단네만의 ’정치 신학‘을 읽으며 참 좋은 보수적인 신학을 기초로 한 모교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학문적 균형을 잡기 위해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으로 TH.M 과정을 하도록 마음을 먹게 한 동기부여의 제공자가 이신건 선배입니다. 화요일은 아신원 강의가 있는 날입니다. 선배가 은퇴 후 양평에 내려오신 것을 몰랐는데 우연히 페북에서 세 번째 제 졸저 출간을 알게 된 선배께서 연락을 주셔서 절친인 임채영 목사와 함께 선배를 찾아 뵐 수 있었습니다. 모교 대학원에서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던 선배의 육체적인 모습은 이제 많이 나약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 젊은 날의 시절 보다 오히려 열정에 있어서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후배인 저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참 오랜만에 선배와 만남을 통해 또 많은 가르침과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의 만남을 기대하며 나오는 데, 선배님이 신학교수 시절에 모든 역량을 다해 제자들에게 전수했고, 한국교계에 조직신학적 기여를 하신 학문적인 금자탑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이신건의 조직신학 전 3권’(신앙과 지성사,2018년)의 질을 황송하게도 저자 사인을 담아 선물로 건네주셨습니다. 저 역시 졸저 세 권을 출간하다보니 한 권의 저서가 이 땅에 탄생하기까지 들어가야 하는 수고가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기에 이 책을 선물로 건네주시는 선배의 사랑을 받으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와의 만남을 마치고 강의에 임한 저는 어제 강의 시간,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한국교회를 짊어질 목사 후보생으로 훈련 받고 있는 제자들에게 선배가 현직 시절 가졌던 그 열정을 담아 조금 더 열심히 강의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 선배에게 너무 엄청난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목양의 현장에서 결코 천박하지 않은 목사가 되기 위해 선배의 책을 올바른 신학의 바로미터 삼으며 CHAPTER BY CHAPTER 해보려 합니다. 선배님의 건강을 중보하고 더 역동적으로 후배들을 위해 바른 신학의 저울추가 되어주시기를 기도해 봅니다.
“고난이 감수될 때, 고난은 지나가 버린다. 우리가 악행을 무기력하게 감수할 때, 악행은 종말을 맞는다.” (본회퍼, “나를 따르라-그리스도의 제자직”, 이신건, 손규태 공역,2013년,P159) 나는 한국교회가 이렇게 괴물과 같은 악과 맞섰으면 좋겠고, 성도가 이렇게 고난을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