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아들이 포상 휴가를 나왔습니다.
근무지가 유성이다 보니 집에 오려면 대전까지는 지하철로, 대전에서는 중앙선 기차로 대중교통을 옮겨 타야 합니다.
아들이 이 동선으로 오는 도중 오랜만에 수많은 사회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면서 보았던 낯 설은 광경을 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아버지, 지하철에 탄 사람 중에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하는 사람이 없어요. 모두가 스마트 폰과 대화를 하는 거예요.”
아들의 눈에는 부대 안에만 있다가 사회 사람들의 광경을 오랜만에 보아서 그렇게 말했겠지만 사실 아들의 말은 이제 낯 선 광경이 아니고 일상이 된 지가 이미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까?
2012년부터 실은 저 역시 페이스 북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친구 요청이 거의 매주 들어오는 데 거절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해서 방치하고 있는 것이 나름 관심이 있어 친구 요청을 한 지인들에게 교만하게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뛰어든 페북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교단에서 역동적으로 활동을 하던 것을 접고 개척 후 약 3년여를 거의 은둔(?)하다시피 목양에만 전념을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인들 중에 몇 몇 사람들이 저를 패배한 사람으로 불쌍히 여겨주는 몇 번의 경험을 겪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 전해지는 것은 유감스러웠습니다.
실은 정말 행복하게 사역을 하는 데, 그 동안 전통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전혀 쓸데없는 비본질적인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던 아픔을 상쇄하고 나름대로 이제는 조금씩 한 발을 띠며 귀하게 사역하고 있는데 수동적으로 있으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페북을 통해 섬기는 교회의 건강성과 행복한 사역을 알리고 싶어 열심히 활동하는 편입니다.
페북 활동의 복판에 서면서 목적했던 부분들을 지인들과 어느 정도 나눌 수 있어 행복했지만 이제 서서히 SNS 활동을 하면서 염려했던 부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기계에 굴복하는 삶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지요.
어제 아들이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를 했습니다.
가지고 들어갈 물품들이 적지 않아 승용차로 아들의 부대까지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오전 내내 대심방 사역을 감당하고 오후 늦은 시간에 쉴 틈도 없이 대전을 다녀오다 보니 새벽예배를 인도할 말씀 큐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할 수없이 차 안에서 스마트 폰 성경 큐티를 하며 새벽예배를 준비했습니다.
약 2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보니 말씀을 묵상할 충분히 시간은 가졌지만 하나님께 못내 죄송했습니다.
“스마트 폰을 켜놓고 큐티 사역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시간의 촉박함이라는 차원에서 얼마든지 합리화하고 나름 자위할 수 있는 내용은 충분하지만 목사가 이래도 되는가에 대하여 많이 부끄러운 마음으로 되새김질 해 보았습니다.
주일부터 한 주간, 스마트폰을 꺼놓을 생각입니다.
페북의 문도 닫을 생각입니다.
원래 텔레비전과는 친하지 않지만 이번 주간은 9시 뉴스도 닫으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모든 미디어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져 보려고 합니다.
대신 더 깊은 묵상 그리고 책과 함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동시에 소홀했던 저녁 골방 시간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스마트 폰이 나의 목자가 되어서야 어찌 목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뜻 있는 교우들도 함께 미디어 금식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