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성탄의 계절에 부치는 소망2024-04-01 16:28
작성자 Level 10

성탄의 계절에 부치는 소망

 
 
머물고 있는 수양관 라운지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육안으로 본 대형트리였기에 신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도, 부산에 가장 번화한 거리인 광복동에도, 전방의 애기봉에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들이 점등되었고 우리 교회도 세팅된 것을 보면 분명 성탄의 절기가 돌아온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고향에서 맞았던 크리스마스는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뭔가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매년 성탄절을 즈음하여 열렸던 문학의 밤은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소개하는 마당이었고, 그 추운 바람을 이기며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평화를 노해하던 새벽송 시간에는 진정된 마음을 갖고 이 땅에 그리스도의 평강이 임하여 잘 사는 행복한 나라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했던 것이 새록새록 합니다.
성탄절 아침에는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해서 1년 동안 섬겼던 마니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성탄의 절기를 보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5층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전 시간,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시계(視界)는 제로입니다.
짙은 안개도 안개이지만 중국 발 미세 먼지까지 겹쳐서 회색의 빛만 보이는 아침입니다.
이상한 것은 이런 자연 현상 속에서 2013년의 성탄절 분위기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시계제로, 북한의 실상 역시 예측 불가능의 시계제로, 이어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북아의 패권 경쟁도 시계제로, 역사상 최대의 외한보유고를 떠벌이지만 실상 한국 경제의 적나라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빈강정 같은 허수의 대한민국 경제 역시 시계제로, 사회적인 면을 보면 계층별, 세대별, 소득별, 성별로 보는 이 시대의 자화상 역시 극단적 님비에 혈안이 되어 있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입니다.
가장 아픈 것은 교회가 이 모든 시계제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입니다.교회는 이 땅의 소망이라고 노래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픔입니다.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조국교회를 회복시키는 작은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던지는 물맷돌 수준이라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13년, 성탄을 준비하는 대강절의 시계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계처럼 뿌옇습니다.
그러나 저는 희망의 끈을 놓치는 않으렵니다.
가톨릭 신자였던 시인 구상 선생님의 말대로 우리 조국과 사회가 시계제로에서 확 트이고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맑은 물을 계속해서 흘려보내야 한다는 가르침처럼 목양의 현장에서 내가 섬기는 지체들과 또 내 스스로가 부족하지만 맑은 물을 계속해서 흘릴 수 있도록 계속 자아를 쳐서 복종시키는 것이야 말로 거창한 구호나 외침으로는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일을 잔잔히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이 맘 때 바로 이 장소에서 2013년을 계획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2014년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나브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세월을 엑사고라조(아끼라-낚시하라) 하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양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반짝이는 전구들이 유난히 밝아 보입니다.2014년에는 사람을, 교회를, 조국을 행복하게 하는 밝게 빛나는 빛과 같은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대강절 기간입니다.
어려서 새벽송을 돌면서 불렀던‘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자들에게 평화’라는 바로 그 목자들의 외침이 마냥 외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 조국에 임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 교회에 처음 나오신 형제와 자매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평강이 흘러넘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