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천(川)이 정비돼서 둘레 길처럼 만들어졌다. 왕복하면 약 5,000보 정도를 걷는다. 집에서 걸어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있기에 일주일에 약 4일은 아내와 꼭 걷는다. 하천 정비 사업이 잘 이루어져서 걷는 길에 지금은 들꽃들과 코스모스가 여울져 있고, 담쟁이들은 나날이 자태를 뽐내고 있오 보는 나를 기쁘게 해준다. 이것도 감사한데 정말 너무 고맙고 감사한 것은 川에 새들이 찾아오는 경사다. 지난주 아내와 걷는데 천둥오리들이 떼를 지어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예뻐서 한 컷했다. 조금 밑으로 내려갔는데 너무 예쁜 다리가 긴 새가 있어서 순간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소리쳤다. “여보, 백조다. 백조!” 내 소리를 들은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 뒤에 이윽고 제게 가장 슬픈 얼굴빛을 띠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요한 아빠, 목소리 좀 낮춰요. 남들한테 창피해 죽겠어요. 저건 백조가 아니라 두루미야, 두루미.” 봄에 산수유를 개나리라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야단맞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난주는 잘난 체 하다가 더 망신당했다. 다시 다짐한다. 꽃 이름, 나무 이름, 새 이름은 결코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리라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