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와 청국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목사님 저 ○○이예요. 목사님 덕분에 참 행복한 2014년을 보내면서 감사의 편지를 씁니다. 사고 이후, 수척해지신 목사님의 모습을 뵐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목사님 설교의 한 부분 한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귀 기울이고 더 은혜를 받는 요즘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아픔을 통해 더 성숙해지듯이 저 역시 몰랐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 죄송하기도 하지만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빨리 회복하셔서 더 행복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의 회복과 우리 세인공동체의 승리를 위해 중보 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 올림.” 지난 송구영신 예배 직전에 서재 문고리에 걸려 있었던 따뜻한 양말 선물 세트 쇼핑백에 담겨 있던 지체의 손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를 받고 읽다가 참 감사했던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따뜻한 손 장갑 같은 지체의 마음이었습니다. 지체는 부족한 종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지만 종은 지체의 글을 마음에 담은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았습니다. 사고 이후에 세인 공동체 지체들의 이모저모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중보를 받으면서 온전하게 현장에서 교우들을 위한 사역을 더 빨리 감당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짐을 느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손 편지로 다가오는 진정성이었습니다. 저 역시 SNS로 많이 길들여져 있어 예전보다는 손 편지를 많이 쓰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체의 편지를 받으면서 2015년에는 손 편지에 담은 사랑을 좀 더 많이 표현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사이버 상의 알림들은 편리함, 간편함, 그리고 신속성까지 갖추었지만 SNS의 각종 알림이들은 왠지 모르게 손 편지에 비해 진정성 면에서 2%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제가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허나 이번에 손 편지를 써 준 지체가 손 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N 세대의 지체이기에 저에게 임한 감동은 더했습니다. 작년 12월을 끝으로 개인 페이스 북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약 2년 6개월 동안 개척 이후 세인교회 홍보를 위해 시작한 개인 활동으로 시작한 페이스 북이 시간이 거듭되면서 인격적인 목회자의 또 다른 사역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도구로 혹은 페이스 북을 위한 페이스 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활동을 접기로 했습니다. 손 편지로 사랑을 나누었던 세대는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촌뜨기로 살아야 하는 것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금년에는 조금 더 많은 손 편지 사랑 나누기를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잃었지만 나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필채도 회복하고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담겨 있는 담임목사의 사랑을 교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인 공동체가 저의 바람과 같이 손 편지를 쓰는 감성지기들로 함께 사랑을 표현하는 따뜻한 2015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합니다. 언젠가 친구 목사가 와서 농으로 저에게 해 준 말이 지금도 새록새록 합니다. “이 목사는 글이나 설교나 보고 들어보면 꽤 앞서 가는 것 같은데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 그 반대야. 청국장 냄새가 더 많아.” 사랑하고 아끼는 지체가 보내 준 손 편지를 받은 뒤, 청국장 냄새 나는 목사로 더 많은 힘을 쏟겠다고 마음을 기울여 봅니다. 2015년, 우리 세인 공동체에 엄마가 끓여준 청국장의 진한 내음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