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수양관에서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에2024-04-02 10:42
작성자 Level 10

저는 지금 사무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한 주간 모처에 있는 수양관에 머물러 있습니다날씨가 상당히 추운 탓도 있겠고 눈도 내려서 그런지 수양관을 감싸고 있는 초겨울의 풍경이 초겨울이 아니라 깊은 겨울의 한 복판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스산합니다창조주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셨겠지만 가을날의 하늘과 겨울날의 하늘은 왜 그리 다른지요산속에 있는 수양관이라 그런지 지금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인데 벌써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해서 이곳에서의 저녁 시간은 다른 곳보다 빨리 옵니다그래서 생각과 묵상과 사유함도 더 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한 주간 동안 대전에 두 번에 걸친 심방도 또 중요한 사역이라 교회를 떠나 있었지만 목사는 항상 스탠바이 상태임을 또 절감합니다.

매년 그랬지만 이번에도 수양관에서 상당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물론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통해 이 것 저 것을 간접적으로 배웁니다그 중에 제일 중요한 배움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긍정적 열정입니다치유 영성 수련회사이버 평신도 신학생 수련회○○ 교회 포인트 세미나○○ 교회 소그룹 수련회 등등 테마는 다르지만 시간과 물질과 몸을 드려 주님의 은혜를 맛보려는 한국교회 교우들의 공통점을 보면서 목사로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배우려는 사람들이 아직은 한국교회에 있다는 것은 그것만이라도 희망의 씨앗이기에 목사로서 더 공부하고 바르게 가르치고 사역해야 한다는 배움을 저는 현장에서 배웁니다아쉬운 것은 우리 교우들도 이런 배움의 과정에 조금은 더 열심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미국 남부의 명문인 에모리 대학교 켄들러 신학대학교에서 성서해석학을 가르치는 토마스 롱 교수가 쓴 고통과 씨름하다.(원제악과 고통과 믿음의 위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는 귀한 책을 수양관에서 만났습니다롱은 상투적인 위로를 고난당한 그리스도인들이나 세속의 사람들에게 주려고 하지 않고 성서해석학의 박식한 기초를 토대로 문제에 대한 돌파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후에 서평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려고 하는데 교우들께서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롱의 글을 읽다가 그 중에 인상 깊게 남은 철학자 존 카푸토의 기도를 소개하고 싶어 기록해 봅니다주님어디에 계십니까제가 집을 멀리 떠나 길을 잃었다면 제 집이 어디인지 묻고 싶습니다하지만 제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글을 읽으며 느낀 감흥이 있었습니다아직 하나님이 힘주시는 한아직 하나님이 붙들어주시는 한가장 치열한 전쟁인 어둠의 영들이 지배함으로 집이 없다고 다그치는 이 시대에 집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우격다짐이나 들떠 있는 감정이 아닌 이성과 감성과 의지를 통해 성도들이 체휼할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길라잡이는 되어야 하겠다는 분연함이었습니다목양터의 이야기마당을 쓰는 이 시간숙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 창문을 열어야 희미하게 들리는 집회 장소에서 바리톤 목소리를 가진 한 형제의 찬양하는 소리가 천상의 소리로 들립니다.

주 사랑 나를 붙드시고 주 곁에 날 이끄소서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듯 나 주님과 함께 일어나 걸으리 주의 사랑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