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간, 서울에서 목회를 하는 친한 친구 목사 내외가 목양의 현장에서 빠듯한 일정을 하루 연기하고 제천에 힐링 차 왔습니다.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는 논어의 가르침을 굳이 되 뇌이지 아니해도 친구들의 방문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녁 식사를 어디에서 할까 고민하는 어간, 친구가 스파게티를 잘 하는 집이 있으면 섬기고 싶다고 해서 물어, 물어 스파게티 전문집을 찾아 가 그곳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음식, 시쳇말로 돈을 주고 먹으라고 해도 안 먹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하여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내는 호사를 누렸지만 저는 곤욕(ㅎㅎ)을 치렀습니다. 아무리 친해 보려고 하지만 저는 이탈리안 음식과 경양식과는 사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 날도 김치찌개가 아주 그리워 다음 날, 김치찌개를 메뉴 삼아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2주 전 즈음에, 교회 초청 잔치를 앞두고 순서를 맡은 학생들을 위해 교회 지체들 중 여 집사님 한 분이 돈가스를, 또 하루는 주의 종을 위해서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 섬겼습니다. 매일 하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식이다 보니 저 역시 경양식에는 경기(驚氣)를 하는 편이지만 그 날 식사는 아주 만족스럽고 기쁘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은 피자로, 또 프라이드치킨으로, 또 경양식과 달리 한식으로 아이들을 섬기는 일들이 있음을 들을 때마다 담임목사의 마음이 흡족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새신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차린 만찬으로 섬기고, 홀로 계신 교우들을 위해 한 번 음식을 할 때 조금은 더 여유 있게 만들어 나누어주고, 주의 종들을 위해 손이 많이 가는 월남 쌈 특식으로 섬기는 일들을 근래 경험하면서 때때마다 나만의 가짐이 아닌 지체들을 섬기기 위해 노력하는 교우들의 사랑의 마음들을 볼 때, 추운 겨울 싸늘한 별장에 들어가서 느끼는 냉랭함을 금방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벽난로의 훈훈함과 같은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이기적 님비주의들이 온 세상을 도배하고 있어 여기저기에서 좀비들만이 보이는 것 같은 서늘함이 이 시대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래도 ‘이 세상 참 살만한 곳이야. 교회 때문에!’ 라는 노래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꿔봅니다. 경양식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저이지만 요 근래 나누어진 경양식 사랑 덕분에 생각을 부분적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양념과 맛을 담보한 피자라면 한 번 먹어보아야 하겠다고. 물론 먹고 와서 라면을 끓여 먹기는 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