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까치집2024-04-02 10:52
작성자 Level 10

까치집

 

예배당을 건축할 때십자가 종탑을 시대에 맞게 LED 조명으로 하되 흰색으로 세팅하고 싶어 그렇게 했습니다아시다시피 LED 조명은 반영구적이고 전기세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주변 지역 사회에 현란한 빨간색 십자가를 통해 늦은 밤 숙면을 취하는 이웃들에게 가는 피해도 줄일 수 있어 일거삼득의 장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흡족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주세인이 할아버지가 점심 식탁 공동체를 통해 교제를 하는 어간, “목사님소방수가 왔으니 오늘 까치집을 제거했으면 합니다.” 라고 말해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이유는 까치집과 소방수라는 생소함 때문이었습니다의아해 하는 저에게 황 집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웃을 수 있었습니다안동에서 소방 공무원으로 있는 하민 아빠가 고향에 방문했고 때마침 교회 십자가 종탑에 까치들이 집을 짓고 있는 중인데 그대로 방치하면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까 위험 설치물 제거 전문가(?)가 왔으니 힘을 빌리자는 말이었습니다실은 십자가 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저 역시 까치들이 그곳에 집을 짓고 있는 지조차 몰랐는데 마침 황 집사님이 민감하게 그것을 보았고 고향에 온 아들에게 까치집을 제거를 부탁하게 된 것입니다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하민 아빠가 종탑에 올라가 까치집을 제거했고 종탑은 원상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모처럼 쉬는 날인데 하민 아빠는 대민 봉사 활동이라는 임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월요일서재에서 책을 읽는 데 유난히 새소리가 요란해 주차장으로 나가보았더니 마른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있는 두 마리의 까치가 십자가 종탑 라운딩 버팀대에 앉아 저를 보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내 집 어떻게 했어요내가 얼마나 수고한 집인데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마치 저에게 노를 터뜨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순간까치에게 미안해졌습니다집을 빼앗은 공범자였기 때문입니다그렇게 까치에게 한 바탕 당하고 서재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주의 말씀이 스쳤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

직업의식의 발동일 것입니다그러나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어간혹시 나는 예수님이 나 때문에 당하셨던 고독을 무감각하게 무시하고 도리어 예수의 사람으로 전혀 향기를 발하지 못하는 삶을 삶으로 인해 주님에게 고독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중범죄를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송구스러움이 다시 내 마음을 다잡이 하게 해 주었습니다.

목사로서 어쩔 수 없는 심증적인 마음을 토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화재 예방 차원에서 고향 교회에 찾아와 담당 지역 외 대민 봉사에 만전을 기해준 안동시 소속 소방 공무원 황종석 소방사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근무 외 수당을 줘서 보냈어야 했나!(ㅎㅎ)

하민 아빠다음에 오면 따뜻한 식사 한 번 같이 하자이번에는 하민이를 위한 기도로 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