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님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권사님 한 분과 저녁 식사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연로하셔서 여기저기 병치레를 하시고 계셔서 마음에 안쓰러움으로 중보하고 있는데 교제 중에 권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목사님, 요즈음에 병원에 가면 죽지 않을 만큼만 고쳐놔요. 완전히 고칠 수 있는 병도 적당히 고쳐 놓고 또 병원에 찾아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은 돈만 많이 벌고 우리 같은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병원에 가야하는 셈이지요. 그러다가 때가 되면 돈만 뿌리다가 가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기도해요. 하나님, 딱 3일만 아프다가 가게 해주세요.” 권사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병원에 대한 지론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런 경우도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양심 선언을 구축한 히포크라테스야 그러지 않았겠지만 요즈음 병원도 치열한 생존 경쟁의 시대이다 보니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어 저 또한 권사님의 손을 부분 들어 드린 것입니다. 허나 이것이 어찌 병원만의 일이겠습니까? 개인적으로 휴대폰을 갤럭시 노트1 사양으로 구입한 지가 3년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시 말해 단말기 할부 약정 기간이 지난 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미 웬만한 정보는 다 누출된 시대에 살고 있어 막을 방법도 없지만 근래 여기저기, 사방팔방에서 가장 좋은 최고의 조건으로 휴대폰을 업그레이드 하여 구입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홍보 전화가 빗발칩니다. 시쳇말로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저 또한 몸을 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말에 솔깃하게 되는 이유는 또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약정 3년이 끝나자마자 제 개인 휴대폰에 약속이나 한 듯이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화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단선이 되는 일,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 화면이 검은 색으로 바뀌는 일,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지인이 문자 메시지가 보냈다고 하는데 수신인인 나는 받지 못하는 일, 심지어는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아예 전원이 꺼져서 재부팅되는 황당한 일까지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약정 기간 3년이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런 치사한 생각까지 스멀대며 올라옵니다. “제조 회사들이 3년 정도까지만 별 문제없이 가동되는 부품들을 사용하도록 정책화한 것은 아닐까!” 물론 저는 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지 모른다는 정도의 상식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개인용 휴대폰 단말기를 제 스스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의 문제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놓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은 구석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내용 기기의 내구적 연한에 대한 불신 말입니다. 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비해 국내용이 훨씬 더 수명이 짧다는 것은 저의 오기나 객기가 아니라는 것을 웬만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주변에 후진국적인 발상들이 팽배해 있는 다양한 거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발로인 님비 근성이 중소기업이 아닌 재벌일수록 많다는 것을 우리는 상식으로 압니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에게 가장 요긴하고 중요한 생활 용품들을 상업적 차원에서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의 존재 목적만을 위해 이용한다면 그것은 영원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책골을 넣는 결과임을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머리 좋은 앞선 자들이 먼저 느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휴대폰이라는 실생활용품이 맛이 가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있다가 보고 싶은 것은 저만의 언어적인 유희는 아니리라는 담대함을 갖고 용기 있게 한 마디 토했습니다. 그나저나 휴대폰을 언제 즈음 바꾸어야 호갱님 소리를 듣지 않을까요? 가르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