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야, 공부 아들이 종교 개혁지 순례를 떠난 지 3주 정도가 다 되어갑니다. 아직도 열흘 정도의 일정이 남아 있는데 카톡 보이스로 들려오는 전화 목소리는 초기에 비해 많이 다운되어 들려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이 흔히 하는 말대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멘트처럼 이제는 집 생각이 날 때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여행을 같이 떠난 메이트가 여행 일정의 모든 숙소 예약을 담당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멘붕이 되는 일들을 저질러 놓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예약 reconfirm을 해보면 두 명이 자야 하는 룸 예약이 한 명으로 되어 있고, 예약한 호텔이 너무 허름한 값싼 곳이라 도착한 날, 그 호텔이 문을 닫은 황당한 일도 경험했고, 또 어떤 호텔은 룸 예약이 아니라 홀에서 샤워만 할 수 있는 예약과 잠은 텐트에서 자는 패키지인지를 모르고 덜컹 예약을 해놓아 야외 취침도 해야 하는 황당함도 경험했고, 6개국을 자유여행을 하다 보니 캐리어 바퀴가 빠져나가 수리도 해야 했고, 독일에서 선글라스 도난을 당하고, 친구는 안경을 잃어버려 렌즈를 구입해야 하는 데 더듬거리는 독일어로 이 모든 일들을 해야 하니 머리가 쥐가 나는 일도 경험하고 등등 갖가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당한 것입니다. 본인들은 기막힌 일이겠지만 저는 왠지 아들의 고생은 별로 걱정이 안 되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톡으로 날아오는 메시지를 보고 또 ㅋㅋ 했습니다. “아버지, 다음에 여행 할 때는 절대로 남한테 일을 안 맡길 거예요. 준비도 제가 다 확인하고 리컨펌도 제가 할 거예요. 이번 유럽 여행에서 펑크 난 걸 말하려면 어마어마해요. 정말로 버라이어티 하네요. 떡볶이 먹고 싶네요.” 등등 볼멘소리 하는 아들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돈 주고살 수 없는 공부를 하는 거니까 그 모든 것을 즐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공부다. 공부! 그러니까 건강 조심하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아들이 제 말에 톡으로 답신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아빠는 모든 게 긍정적이시네요. 막상 이런 일을 당하보시면 그런 말씀 못하실 거예요. 경험해 보시면 최악일 거예요.” 아들은 속이 터져 말하는데 저는 자꾸만 웃음이 튀어나왔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정말로 그런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젊어서 그런 황당함을 당한 일들과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는 일을 통해 훗날 사역의 현장에서 추억의 거리, 말 할 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또 참 귀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남은 일정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건강하게. |